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를 시작으로 노벨상 시즌의 막이 올랐다.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경제학, 문학, 평화 6개 부문에서 그해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시상하는 노벨상의 권위는 세계 최고다. 문학, 평화상을 제외한 4개 부문은 인류 문명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기초학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분야 노벨상 수상자 수는 곧 그 나라의 역량을 의미한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6일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 교수와 아서 맥도널드 캐나다 퀸스대 명예교수를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2년 연속 물리학상을 차지한 일본은 5일에는 오무라 사토시 기타사토대 명예교수가 생리의학상을 받아 이틀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만 모두 21명이다. 중국도 투유유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가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투 교수는 중국 최초의 과학 분야 수상자로 기록되는 영광을 안았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면서 아직껏 과학분야 수상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우리로서는 그저 부럽기만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초과학은 시쳇말로 돈벌이가 되지 않는 학문이어서 우수 인력들의 기피현상이 심하다. 학생 취업률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대학들은 취업이 잘 되지 않는 기초학문 학과를 통폐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또한 노동시장과 인력공급의 불일치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압박하며 기초학문의 고사를 부채질하고 있다. 기초학문을 홀대하는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그야말로 기적이다.
정부의 기초연구지원사업 예산은 2009년 5944억원에서 지난해 9531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그동안 꾸준히 늘기는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미래 원천기술을 확보할 목적으로 2011년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설립하는 등 기초과학 육성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정부의 R&D 투자 대비 기초연구 투자 비중을 올해 37.1%에서 2017년까지 40%까지 확대키로 한 것 또한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노벨상 시즌의 들러리 신세를 면하려면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보다 과감하게 늘리고, 연구 패러다임을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꿔야 한다.
[사설] 노벨상 시즌에 中·日이 부러운 이유
입력 2015-10-07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