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가을 어느 날, 영동경찰서 광역유치장에 수용되었던 두 명이 예고도 없이 서장실로 찾아와 차 한잔 달라고 했다. 두 명 모두 전과가 십수회 된다. 우리 경찰서에 구속된 이유는 절도사건이었지만 행위가 경미해 1심 판결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상태였다. 20년 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출소한 지 두 달 만에 구속됐던 46세 A씨의 인생 이야기는 가슴을 저리게 했다.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으로 보내져 지금까지 아무도 자신에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경찰서 유치장에서 보낸 두 달 동안 사람 대접을 받았다며 고마워했다.
영동경찰서는 전국에 두 개 남아 있는 구치소 대용 감방 역할을 하는 유치장을 관리하고 있다. 하루 평균 20여명의 유치인이 수용된다. 유치인 인권 보호와 처우 개선도 중요하지만 재판 출석이나 병원 진료에 따른 호송 업무도 부담이다. 하지만 직원들이 유치인들에게 생필품을 사주는 등 정성을 다하고 있다.
전국에는 4만670여명의 우범자들이 있으나 이 중 10%가량은 주소가 일정치 않고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범자들은 재범 우려가 높은 범죄자들로, 경찰은 그들을 중점관리 및 첩보 수집, 자료 보관 등으로 분류 관리하고 있다. 경찰과 교정 당국의 체계적인 보호관찰 활동과 정보 공유, 긴밀한 협업이 강력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지역사회와 종교·사회단체의 관심, 배려가 필요하다. 많은 수형자들이 사회와 격리된 기간 종교를 받아들이고 교화되는 것을 보았다.
생명의 존엄과 행복의 가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무시는 강력범죄 환경을 만든다. 우범자들에 대한 사회적 교화와 배려, 더불어 사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 모두는 인간의 존엄성을 가진 인격체다. 우범자나 범죄자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범죄의 선제적 제압과 예방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교정 당국, 보호관찰소와도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공동체가 우범자에 대한 편견으로 이들의 분노를 키워선 안 될 것이다. 이웃을 존중하는 작은 실천이 안전한 공동체의 시작임을 믿는다.
심은석 충북영동경찰서장
[기고-심은석] 우범자도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
입력 2015-10-07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