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노인이 대세다

입력 2015-10-07 00:20 수정 2015-10-07 18:09

‘노인이 대세다’. 최근에 본 영화에서 귀에 쏙 들어오는 대사였다. 영화에서 ‘시니어 인턴십 프로그램’에 도전해 합격한 70세 노인이 30세 젊은 여성 CEO와 조우하게 된다. 워킹맘 CEO가 회사생활과 가족관계의 어려움 등을 헤쳐 나가는 일에 40여년간의 직장생활로 쌓인 노하우와 인생 경험으로 넓은 시야를 갖게 된 70세 인턴이 세대 간 벽을 허물고 자상함과 따뜻한 배려로 CEO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멘토 역할을 해준다. 우리나라 기업문화와는 다른 모습을 들여다보긴 했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노인은 잔소리나 하는 불필요한 자원이 아니라 사회의 훈훈한 멘토 역할을 할 자원이라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재취업·창업 프로그램 등으로 노인 일자리 제공 기회가 늘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들은 복지기관이나 종교·사회단체들을 통해 도움을 받아야 하겠지만 새로운 내일을 열어가는 일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속한 사회의 벗으로 발전하기 위해 쓰임 받고 다시 한번 ‘건재함’을 느끼고 싶은 열망을 품은 건강한 노인들이 곳곳에서 요긴하게 쓰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최근 융복합이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게 된다. ‘청년희망펀드’가 조성되는 등 청년 일자리를 위해 많은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오늘의 한국을 있게 한 노인들이 갖고 있는 보물같은 노하우를 각 분야에 잘 접목해 계획을 수립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젊은이를 인도하는 멘토로서 세대 간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외국 속담에 ‘집안에 어른이 없거든 빌려라’ ‘세월은 지혜를 불러온다’는 것이 있다. 경험을 통한 체득과 삶의 경륜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하는 말이다. 충분한 자질을 갖고 있음에도 나이 때문에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허무함과 고독이라는 틀 안에 갇힌 노인들이 이 사회가 성장하는 일에 지혜의 바구니를 열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되기를 바란다.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