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 탄생… 오바마 또 한번의 ‘승리’
입력 2015-10-06 03:12 수정 2015-10-06 17:54
태평양 지역 12개국이 진행해 온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5일(현지시간) 타결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FTA’가 만들어지게 됐다. TPP는 세계 1위와 3위인 미국과 일본이 참여했다는 상징성과 함께 캐나다 멕시코 등 북·남아메리카의 핵심 국가, 또 호주와 뉴질랜드를 비롯한 오세아니아 국가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의 주요 나라들까지 아우르고 있다. 여기에다 향후 TPP 참여를 저울질하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 후발대로 참여할 경우 그 규모는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1위 경제협력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약품 특허 보호기간 합의로 극적 타결=협상 과정에서 미국과 호주 간 의약품 특허 보호 기간을 둘러싼 이견이 ‘사실상 8년’으로 합의되면서 최대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호주 외에도 의약품 특허 보호 기간으로 5년을 요구했던 나라들이 ‘사실상 8년’, 즉 협정상으로는 5년으로 정하되 각국의 제도를 통해 사실상 8년까지 의약품 특허가 보호되는 안을 도출해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농산물 합의와 관련, 일본이 5대 중요 품목으로 지정했던 쌀의 경우 우선 미국산 5만t, 호주산 6000t으로 무관세 수입 물량을 설정한 뒤 13년 차부터 각각 7만t, 8400t으로 확대키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쇠고기 관세율도 현행 38.5%에서 TPP 협정 발효 즉시 27.5%로 낮추고 16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 최종적으로 9%까지 내리는 것으로 결론 났다. 수입량이 급증하면 관세를 인상할 수 있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가 포함됐지만 16년 차 이후 4년간 발동이 없으면 폐지한다.
◇오바마의 승리, 중국과 패권 다툼 가열될 듯=이번 타결로 TPP를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의 주요 수단으로 천명해 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요한 정치·외교적 승리를 거두게 됐다. 미국으로선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이후 가장 큰 무역협정을 타결짓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타결을 미국의 승리로 규정했다. 그는 성명에서 “TPP는 미국의 가치를 반영하고 우리 노동자들에게 성공을 위한 공정한 기회의 틀을 제공해 주는 것”이라면서 “TPP 미국산 제품에 대한 1만8000개 이상의 품목에 대한 관세를 없앰으로써 우리의 농부와 목축업자, 제조업자들을 위해 공정한 경쟁의 마당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WSJ는 이번 타결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 통과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TPP를 반대하고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의원들은 찬성하는 구도지만 2016년 대선전이 갈수록 격화될 것을 감안할 때 의회 통과에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감안, “미국 노동자들을 돕는 일인 만큼 (공화, 민주) 양당 의원들과의 협력을 고대한다”고 당부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협상 타결 뒤 기자들과 만나 “일본뿐 아니라 아·태의 미래에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미국 주도의 TPP 타결로 세계 경제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중국이 주도한 국제금융기구인 57개국 회원국의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이 연내 출범에 합의한 바 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