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억류 주원문씨 판문점 통해 송환

입력 2015-10-06 03:08
북한에 억류됐던 주원문씨(가운데)가 5일 판문점을 통해 돌아오고 있다. 통일부 제공

북한이 억류하고 있던 우리 국적 미국 대학생 주원문(21)씨를 송환했다.

북한은 5일 오전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우리 측에 주씨 송환 의사를 전달했고, 정부는 북측 제의에 따라 오후 5시30분쯤 판문점에서 주씨의 신병을 인수했다. 지난 4월 22일 중국 단둥(丹東)에서 압록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가려다 붙잡힌 지 5개월여 만이다.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웃음을 지으며 판문점에 들어선 주씨는 정부 관계자와 함께 준비된 차량을 타고 판문점을 빠져나갔다.

미국 영주권자인 주씨는 억류 직후인 지난 5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남북관계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었다”며 자진입북 사실을 밝혔다. 이어 지난달 25일 평양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남한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보 당국과 검찰은 주씨가 송환되는 대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북한은 또 다른 우리 국적 억류자인 김정욱 선교사와 김국기 최춘길씨 송환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2013년 10월 붙잡힌 김 선교사에 대해 지난해 5월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또 지난 3월 정탐·모략 등 간첩 행위가 드러났다며 체포 사실을 공개한 김씨와 최씨에 대해서도 같은 형을 선고한 상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억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씨도 조속히 석방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주씨를 석방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무산 우려가 컸던 오는 20일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개최는 물론 정례화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우선적으로 주씨 석방을 통해 ‘반(反)인권국가’가 아님을 선전하려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대규모 열병식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획 중인 북한 입장에서 국제적 인권 우려는 부담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억류 국민 4명 중 비교적 ‘죄질’이 약한 주씨를 석방해 이를 선제적으로 불식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전략적 도발 대상과 인도주의적 협력 대상을 명확하게 구분하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 본토 타격용 장거리 미사일과 핵 문제는 북·미 간의 문제임을 주장해 왔다. 당초 예상보다는 늦어졌지만 여전히 올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란 전망도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우리 국민을 송환한 것은 ‘미사일 문제와 인도적 문제는 협상 대상이 다르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남측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 문제를 거론하는 게 불편한 상황”이라며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추진하는 동시에 남북 간 평화 행사 의지를 거듭 드러내는 건 남측과 미국은 협상 분야가 다르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북한 송환을 요구해온 탈북자 김련희(46·여)씨 문제를 환기시켜 억류 문제가 북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님을 강변하기 위한 것이란 시선도 있다. 2011년 남한에 온 김씨는 돌연 지난 8월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브로커 말에 속았다.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김씨의 송환을 요청했지만 남측은 현행법상 송환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강준구 조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