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장애인 도우미로… 보이스피싱犯 체포하고… 새내기 순경들의 미담·영웅담

입력 2015-10-06 03:35
추석 연휴인 지난달 26일 제주 서부경찰서 노형지구대로 걸려온 노인의 전화를 받은 건 실습생 김정훈 순경이었다. 도움을 청한 이는 혼자 사는 전신마비 장애인이었다. 김 순경은 노인을 찾아가 소변 튜브를 갈아주고 말벗을 해줬다.

지난달 4일 임용된 제285기 새내기 순경들이 각지에서 소소한 영웅담과 미담을 만들고 있다. 대구 남부경찰서 남대명파출소에서 실습 중인 김민주 순경은 지난달 23일 파출소에 찾아온 초등학교 여학생에게 숙제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김 순경은 거절하지 않고 숙제를 끝낼 수 있게 도왔다.

같은 날 경기도 의정부에선 가능지구대 실습생 이호준 순경이 선배 경찰과 함께 술값 시비 현장에 출동했다. 식당 주인과 실랑이를 벌이던 남성은 신원을 요구하자 신분증이 없다며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댔다. 신원조회기에 뜬 얼굴은 이 남성이 맞았다. 그런데 그는 서둘러 자리를 뜨려고 했다. 수상히 여겨 지문을 확인했더니 수배범이었다. 이름과 주민번호는 쌍둥이 형제의 것이었다.

지난달 24일 광주 서부경찰서 농성파출소 앞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근무 중이던 실습생 김세현 순경이 선배 경찰과 밖으로 나갔다. 소리가 들려온 인근 은행 앞엔 가방을 멘 남성이 있었다. 두 경찰은 보이스피싱 인출책임을 직감했다. 열어보게 한 가방엔 현금 다발이 들어 있었다. 김 순경 등은 공범까지 유인해 체포했다.

앞서 지난달 14일 서울에서는 치매 노인을 안고 귀가를 도운 신임 순경의 사진이 페이스북에 올라와 회자됐다. 노인은 길바닥에 앉은 채로 주민센터에 가겠다며 두 손이 새까매질 때까지 몸을 끌었다고 한다. 그를 들어올린 경찰은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 실습생 박정훈 순경이었다. 285기 순경 3056명은 오는 12월 24일까지 현장실습을 한 뒤 중앙경찰학교 졸업과 함께 정식 발령을 받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