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생충·말라리아 질병 치료 공로 캠벨·오무라·투유유 공동수상

입력 2015-10-06 03:45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해 온 기생충과 말라리아 치료에 공헌한 의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아프리카와 중남미, 남부아시아 등 저개발 국가의 감염병 퇴치에 크게 기여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5일 아일랜드 출신의 윌리엄 C 캠벨(85) 미국 뉴저지주 매디슨 드루대학 명예연구원, 오무라 사토시(80) 일본 기타사토대 명예교수, 투유유(85·여)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 등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중국 출신 연구자가 노벨 의학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투 교수는 역대 12번째 노벨 의학상 여성 수상자가 됐다. 일본은 23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생리의학상은 3번째다.

캠벨과 오무라 교수는 ‘아버멕틴(Avermectin)’이라는 기생충 약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아버멕틴은 강가에 사는 흡혈 파리에 의해 감염되는 ‘회선사상충증’(실처럼 가는 기생충)과 모기가 옮기는 ‘림프관사상충증’ 발생률을 크게 줄였다.

연세의대 환경의생물학 용태순 교수는 “사상충증에 걸리면 각막이나 망막 등에 많은 알을 낳고 만성 염증을 유발해 실명을 초래한다”면서 “과거 아프리카 등에선 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눈이 멀 정도로 치명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림프관사상충증은 만성 부종과 상피병(코끼리 피부처럼 되는 병), 음낭수종 등 영구적 후유증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버멕틴은 적은 양으로 사상충뿐 아니라 회충 등 다른 기생충에도 강력한 치료 효과를 낸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지역에서 매년 2억명에게 투여되고 있다.

투 교수는 모기에 의해 옮는 말라리아 환자의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춘 특효약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발견했다. 투 교수는 수천년 전부터 중국 등에서 전통약제로 쓰인 ‘개똥쑥’에서 유효 성분을 찾아내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한해살이 국화과 식물인 개똥쑥 1g에는 아르테미시닌 0.06∼0.16g이 들어 있다.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 10배 이상으로 압축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투 교수는 베이징의대를 다니던 시절 천연약물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1955년 중국전통의학연구원에 들어간 뒤 수십년 동안 한우물을 팠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백경란 교수는 “기생충 감염질환의 경우 방역이나 위생상태 관리가 쉽지 않은 나라 국민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했으나 세 사람의 노력으로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수상자들에게는 800만 크로네(약 11억2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400만 크로네는 캠벨과 오무라 교수가, 나머지는 투 교수가 갖는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