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천전쟁] ‘우선추천제’ 공방… 비박계 여론조사 중시-친박계 경쟁력이 중요

입력 2015-10-06 02:13

새누리당 총선 공천 룰 관련 계파 갈등이 당헌·당규에 언급된 ‘우선추천제도’로 옮겨왔다. 당장 친박(친박근혜)계는 우선추천제도가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인정해 변용한 제도라며 총선 승리를 위한 당위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청와대도 총선 공천권 개입 선 긋기에 나서며 친박계 논리에 지원사격을 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흔들린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가 또다시 물러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비박(비박근혜) 비주류가 발끈했다. 청와대와 친박의 협공에 이어 잠재적 우군으로 분류된 비주류 인사까지 실망감을 표출한 셈이어서 김 대표가 수세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박, 우선추천제도 해석 놓고 거센 압박=우선추천제도는 새누리당이 지난해 2월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헌·당규에는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의 추천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한 지역’ ‘공모에 신청한 후보자가 없거나 여론조사 결과 등을 참작해 추천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지역’에 대해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가) 우선추천지역을 선정할 수 있다고 언급돼 있다. 전략공천 통로가 됐던 기존의 ‘전략지역 및 인재영입지역’을 없애고 만든 용어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김 대표가 ‘우선추천제 수용 가능성’을 선언하면서 국민공천제 추진을 위한 최후의 보루마저 흔들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친박계가 “우선추천제를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자를 정할 수 있도록 한 만큼 사실상 전략공천의 길이 트였다”는 해석을 내놨기 때문이다. 친박계 중진인 홍문종 의원은 5일 라디오에 나와 “지난해 유정복 인천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상향식 공천제도에 의해 당선된 분으로 (당시 당이) 전략공천 요소를 가미했다”며 “우선추천지역은 어느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우세 지역인 서울 강남이나 대구·경북(TK) 지역도 얼마든지 우선추천지역에 선정돼 당이 특정 후보자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친박계 의원도 “여론조사는 참작 사항일 뿐”이라며 “공천관리위가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해 후보를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이날 사의를 표명한 민경욱 대변인과 박종준 경호실 차장 외에 추가적으로 거취를 표명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김 대표를 압박했다. 그동안 “친박계가 이른바 ‘박근혜 키즈’의 국회 입성을 위해 전략공천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는 비박계 논리를 헝클어뜨린 셈이다. 친박계는 ‘총선 승리를 위해 우선추천제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대의명분을 얻게 돼 공천 룰 전쟁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대표 측은 우선추천지역 선정 때 경쟁력 판단 기준에 ‘여론조사 결과’가 언급된 만큼 과거의 전략공천 방식으로 후보자를 선정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권력자의 전횡이 불가능해 특정 지역 내리꽂기 행태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학용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우선추천제도는 전략공천이 잘못됐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제도”라며 “전략공천으로 인한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도록 하자는 것이 우선추천제도 도입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TK 지역에 대해서도 “(현재 후보들이) 다 경쟁력 있는 분들”이라며 “당연히 해당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면초가 김무성 대표=김 대표는 ‘국민공천제’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박 비주류 설득도 숙제로 떠안게 됐다. 비주류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우선추천지역 수용) 발언이 사실이라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당론대로 할 것 같으면 지금까지 무엇 때문에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여기까지 왔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당헌·당규는 상향식 공천제도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예외조항(우선추천제도) 때문에 공천을 사천으로 했던 것”이라며 “김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른 비주류 의원도 “우선추천제도는 사실상 전략공천의 다른 이름으로 말장난”이라며 “김 대표가 도대체 어떤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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