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대통령과 대립각’… 존재감 부각

입력 2015-10-06 02:31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5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국민예산마켓 사이트 시연회에서 기념 모자를 쓰고 있다. 이병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 촉구는 정부·여당뿐 아니라 당내까지 겨냥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당적 문제를 직접 언급함으로써 ‘야권 지도자’라는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한편, 공천혁신안 관련 여진이 이어지는 당내 시선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문 대표가 임기 중반을 갓 넘긴 박 대통령에게 ‘여당을 떠나라’고 직접 요구한 것은 최근 연이어 터진 당청 갈등으로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상당히 약화됐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최근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며 “(탈당 촉구는) ‘싸우는 야당, 이기는 야당’이라는 (야권) 지지자들의 요구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국회에 개입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야당 지도자로서의 확고한 위상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문 대표의 ‘탈당 촉구’에는 박 대통령과 차별화하겠다는 계획과 여권 내 갈등 증폭 유도라는 계획도 있는 듯하다. 문 대표는 입장문에서 “(박)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경제를 파탄내면서 실패한 전임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회의원 밥그릇 싸움(공천권 다툼)에나 신경 쓰는 대통령’과 ‘서민과 경제를 챙기는 정치인’이라는 점을 대비시키겠다는 것이다. 당청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당의 손을 들어줘 여권 내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도 노려볼 만하다. 물론 어수선한 당내 상황을 수습하겠다는 목표도 담겨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대여투쟁 전선을 확대하면서 당내 결속을 다지기 위한 ‘투 트랙’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소가 웃을 일’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새정치연합은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자 노 전 대통령의 탈당을 압박한 바 있다”며 “자신의 치욕적인 역사를 새누리당에 강요하는 것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고 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야당 대표가 왜 대통령의 탈당을 운운하는 것인지 그 숨은 뜻이 궁금할 뿐”이라며 발언 의도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문 대표의 입장문 발표에 대한 당내 평가는 엇갈렸다. 최근 혁신안과 관련해 문 대표와 갈등 상황을 연출했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문 대표의 박 대통령 탈당 요구에 공감한다”며 “(박 대통령) 퇴임 후의 안전판은 깨끗하고 헌신적인 국정운영에 있지, 측근들의 공천에 있지 않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비주류 진영의 한 인사는 “현직 대통령의 탈당은 여권 내부 권력다툼 때문이었는데, 야당 대표가 뜬금없이 여당 싸움에 끼어든 이유를 모르겠다”며 “여권 내 갈등으로 우리 내부 문제를 정리할 기회를 얻었는데 날리게 될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