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문씨 석방 배경·전망] 北, ‘反인권’ 비난 줄이기… 이산상봉 ‘긍정 신호’

입력 2015-10-06 02:44
북한이 지난 4월부터 억류해온 우리 국민 주원문(21)씨를 석방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무산 우려가 컸던 오는 20일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개최는 물론 정례화의 진전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이처럼 인도주의적 행사에 적극 나서는 것은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장거리 미사일 및 북핵 문제는 북·미 간 사안임을 분명히 하고, 남북 간에는 인도주의적 사안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포석도 내재돼 있다. 이번 기회에 북한 송환을 요구해온 탈북자 김련희(46·여)씨 문제를 환기시켜 억류 문제가 북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님을 강변하기 위한 것이란 시선도 있다.

북한은 우선적으로 주씨 석방을 통해 ‘반(反)인권국가’가 아님을 선전하려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말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집중 거론된 데 이어 한·미 정상회담 등 연말까지 즐비한 외교 무대에서도 단골 소재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대규모 열병식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획 중인 북한 입장에서 국제적 인권 우려는 부담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억류 국민 4명 중 비교적 ‘죄질’이 약한 주씨를 석방해 이를 선제적으로 불식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정부의 인도주의적 조치에 따라 비법(불법) 입국한 주씨를 판문점을 통해 추방했다”고 보도했다.

전략적 도발 대상과 인도주의적 협력 대상을 명확하게 구분하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 본토 타격용 장거리 미사일과 핵 문제는 북·미 간의 문제임을 주장해 왔다. 당초 예상보다는 늦어졌지만 여전히 올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란 전망도 지배적이다. 남측은 이에 맞서 국제사회와 연계해 다각도로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우리 국민을 송환한 것은 ‘미사일 문제와 인도적 문제는 협상 대상이 다르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남북 관계를 지렛대 삼아 북한을 미국 등 다자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를 애초부터 분리해 대응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5일 “북한은 남측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 문제를 거론하는 게 불편한 상황”이라며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추진하는 동시에 남북 간 평화 행사 의지를 거듭 드러내는 건 남측과 미국은 협상 분야가 다르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조성은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