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과 박종준 경호실 차장의 사의 표명 사실을 이례적으로 먼저 공개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총선 개입설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경욱 대변인과 박종준 경호실 차장이 개인적 사정으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내년 4월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변인은 고향인 인천에서, 박 차장은 세종시 또는 공주시에서 출마가 거론된다.
청와대는 그러면서 청와대 참모들의 총선 차출설과 관련, 민 대변인과 박 차장 외에 별도로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할 인사가 없을 것이라는 점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구지역 출마가 거론되던 안종범 경제수석과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신동철 정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의 총선 출마 역시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가 총선 출마설이 도는 참모들의 거취에 대해 이처럼 명확한 선긋기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는 새누리당 내부의 전략공천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가 이를 고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과 동시에 당 일각에서 제기됐던 청와대의 ‘대구·경북(TK) 지역 물갈이론’ 역시 불식시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공천 논란이 불거진 뒤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가진 참모들의 의견 수렴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는 청와대 안팎과 여당 내에서 제기되는 총선 차출설, 물갈이설 등이 4대 개혁과제 등 국정 최우선 과제 이행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이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놓고 당청 갈등이 불거지면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공천권 다툼으로 비치는 시각도 바로잡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총선이나 어떤 선거에도 중립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개혁을 통한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기 위해서 더 이상의 소모적인 추측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융개혁 등 4대 개혁 과제의 차질 없는 이행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혈맥인 금융이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도록 낡고 보신적인 제도와 관행은 과감하게 타파하고 시스템 전반에 경쟁과 혁신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부문 개혁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과제로, 4대(부문) 개혁 중 가장 와 닿기가 쉽지 않은 개혁이지만, 실은 우리 경제를 살리는 토대”라며 “금융개혁은 우리 경제에 있어 혈맥과 마찬가지로, 이 개혁은 우리 경제 미래가 달린 문제”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당청 대립과 여권 계파 갈등을 불러일으킨 총선의 공천 룰과 관련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오후에는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 및 세계한인회장 개회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김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도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주변 인사들과 가벼운 목례로 인사했을 뿐 김 대표 등 참석자들과 별도로 악수를 하지는 않았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간 불편한 기류를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왔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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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06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