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적자 국채 줄여야하지만 ‘추경 오류’ 노출 부담… 稅收 전망 잘못 ‘쉬쉬’

입력 2015-10-06 02:27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이병주 기자
정부가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을 짜면서 세금 수입 예상액을 너무 적게 잡아 올해 세입이 2조원 정도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 정부 들어 처음 발생하는 ‘남는 돈’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고 있다. 적자국채 발행량을 줄여 빚을 줄이는 방법이 상식적인 선택이지만 정부는 추경 당시 잘못된 세수 전망이 외부에 알려질까 걱정하고 있다.

◇세입 전망 오류 공개 두려운 정부=일반적으로 세입 전망에 비해 세수 상황이 좋을 경우 정부가 선택하는 방식은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가계와 비교한다면 예상치 못한 부수입이 생기면 은행에서 빌리려던 빚을 줄이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추경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적자국채 9조3000억원을 더 발행키로 했다. 이로 인한 올해 국채 발행액은 42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정부 내부 세수 전망대로 세수가 2조원 늘어나면 국채 발행량을 2조원 줄이면 된다. 즉 올 연말까지 국채 발행량을 40조5000억원으로 조절하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국가채무도 줄어든다.

정부는 지난달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며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40.1%로 전망했다. 국가채무 비중이 40%를 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채 발행액을 1조6000억원 줄일 때마다 국가부채 비율은 0.1% 포인트씩 낮춰진다. 만약 국채 발행을 2조원 줄인다면 국가채무 비율은 다시 30%대로 유지된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채 발행을 줄일 경우 추경에 따른 국채 발행으로 발생하는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연초 또는 추경 예산안을 짤 때 연간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하는데 다시 계획을 바꾼다면 추경 예산안 편성 당시 세수추계 오류가 대외적으로 밝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는 당시 세입경정은 불필요하다는 야당의 반발에 “세입경정 없이 세출만 있는 추경은 불필요하다”며 5조6000억원의 세입경정 추경을 강력히 주장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도 당시 “5조6000억원 규모의 세입경정 추경은 원래 계획된 지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매월 국채 발행 내역을 공개한다. 만약 추경 당시 세수 전망을 수정하면서 국채 발행 규모를 올 4분기에 축소하면 정부가 추경 세입경정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세수 전망 초과분(2조원)과 담뱃값 인상에 따른 올해 세수 증가분 전망치가 비슷한 점도 정부로서는 곤혹스럽다. 법인세 인상 등 정공법 대신 담뱃값을 올려 서민 돈으로 구멍 난 세수를 메운다는 지적은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차선책 고민하는 정부=정부는 티 안 내고 2조원의 여유자금을 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채는 예정대로 발행하는 대신 국가채무를 조기 상환하는 방법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정부는 세입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한 국채의 금액 범위 내에서 초과 조세 수입을 국채 상환에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회계는 세입·세출 외로 처리할 수 있다. 홍 교수는 “남은 세수로 국가채무를 갚는 것은 잘못된 세수 추계가 대외적으로 알려질 가능성이 낮고, 절차적으로 복잡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올해 남는 세금을 내년으로 이월하는 방법도 있다. 정부는 올해 초과 예상 세수 2조원과 쓰고 남은 세출 예산을 합해 약 5조원의 세계잉여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매년 통상적으로 남는 불용액 2조원가량과 예비비 불용액, 세수 추과액을 합친 액수다. 정부는 이 5조원 중 절반가량을 국채로 상환해 실제 이월액(세입이입)을 1조원대로 최소화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채무상환액은 세계잉여금에서 공적자금 상환액 등을 뺀 금액으로 30% 정도 이뤄졌지만 이를 50%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안택순 조세기획관은 “현재로서는 추경 당시 정부 전망치대로 세금이 걷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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