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15분쯤 전화가 걸려왔다. 딸이 전화를 받았고 나는 내선을 통해 그 통화를 들었다. 딸이 ‘아빠 주무시는 것 같은데 정말로 깨우길 원하시나요?’라고 묻자 상대방이 ‘노벨위원회 한스 외른발 사무국장입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즉시 ‘전화 끊지 마’라고 말했다.”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폴 그린가드 박사가 회고한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접했던 순간이다. 5일(현지시간) 시작된 노벨상 수상 발표는 스웨덴 시간으로 점심때 이뤄지며 공식 발표 1시간 전에야 통보가 가기 때문에 미국 등 다른 대륙에 거주하는 과학자들은 수상소식을 이른 아침이나 새벽 잠결에 전화로 통보받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과거 노벨상 수상자들이 수상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의 우여곡절들을 소개했다.
전화를 받지 못한 이들도 있다. 200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칼 위먼 박사는 노벨위원회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몰라 형제의 전화를 받고서야 수상 소식을 알게 됐고, 2008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마틴 챌피 박사는 새벽에 걸려온 전화를 이웃집 전화로 착각해 전화를 받지 못했다. 그는 이후 노벨상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뒤에야 매우 놀랐었다고 말했다.
수상 발표 시점에 맞춰 출간된 회고록도 논란이 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예이르 루네스타 전 사무총장은 최근 발간한 ‘평화의 사무총장(Secretary of Peace)’을 통해 과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가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지만 루터교 주교 출신인 심사위원의 반대로 수상이 무산됐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 2009년 취임한 지 얼마 안 됐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정치적 외압에서 자유롭지 못한 결과였음을 시사했다. 그는 당시 심사위원장이던 토르비에른 야글란 전 총리를 언급하며 “(위원회가) 최대한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지만 전직 총리나 외무장관이 심사위원인 상황에서는 그렇게 되기 어렵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위원회 측은 루네스타가 비밀 준수 의무를 깨뜨렸다고 비난했지만, 루네스타는 “역사학자로서 의무에 따라 회고록을 펴냈다”며 “더 많은 뒷이야기가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어디선가 나를 찾는 새벽의 전화벨이 울리고… 노벨상 발표 1시간 前 전화
입력 2015-10-06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