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못사는 중산층”… 계층 인식 하향 소비양극화 사상 최악

입력 2015-10-06 02:07

소비자가 체감하는 소비 양극화 정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소비를 통해 느끼는 만족감은 2년 전보다 더 하락했다.

한국소비자원이 5일 발표한 ‘2015 한국의 소비자생활지표’에 따르면 소비양극화지수는 167로 1994년 관련 조사를 처음 시작한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양극화지수는 소비 상류층 대비 소비 하류층 비율을 수치화한 것으로 2007년 지수를 기준(100)으로 소비자원이 산출한다. 수치가 높을수록 소비생활의 양극화 정도가 심하다고 소비자원은 설명했다. 1994년 첫 조사 당시 12였던 지수는 등락을 반복하다 직전 조사인 2013년 조사에서 90을 기록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 자신을 소비 중산층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65.2%로 역대 가장 낮았던 2013년(62.5%)에 비해 소폭 늘었다. 단 중산층을 다시 상·하로 나눴을 때 중산층 상에 속한다는 응답은 3.0% 포인트 감소한 반면 중산층 하에 속한다는 응답은 5.7% 포인트 늘었다. 전체 중산층 비율 역시 역대 두 번째로 낮았던 2007년보다 5.8% 포인트 더 낮았다.

황은애 소비자시장연구팀 연구위원은 “소득 양극화 문제에 대해선 많은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소비자가 좀 더 체감하는 것은 소비 양극화 문제”라며 “조사를 통해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비 양극화 문제가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최근 1년간 소비생활을 통한 만족도 역시 악화됐다. 해당 기간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 기준 63.8점으로 2013년(71.6점)에 비해 7.8점 하락했다. 소비 분야별 만족도는 전 분야가 직전 조사에 비해 더 낮아졌다. 그중 ‘경조사 지원’에 대한 만족도는 59.1점으로 지난 조사에 이어 조사 분야 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이어 ‘미용·헬스’(60.6점), ‘금융·보험’(61.2점) 순으로 만족도가 좋지 않았다. 식생활 분야 만족도가 66.5점으로 최고점을 받았다.

만족도가 낮아지면서 소비자 불만 경험률도 높아졌다. 불만 경험률은 2013년 33.5%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39.3%로 5.8% 포인트 올라갔다. 반면 이의를 제기한 소비자 비율은 57.7%로 2013년의 55.9%보다 1.8% 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쳐 불만 경험률 증가에 비해 이의제기 경험률 증가폭은 크지 않았다. 품질 대비 비싼 가격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