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얼마나 건강하게 먹는지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59점이 나왔다. 식생활을 점수화하기는 처음이어서 정밀하게 비교할 기준은 없지만 이 정도면 ‘낙제점’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흰쌀밥을 많이 먹고 생선보다 소·돼지고기를 더 섭취하는 등 불균형한 식생활을 하고 있어서다.
질병관리본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식생활평가지수’를 처음 분석해 공개했다. 19∼64세 국민의 식생활 영역을 14개로 나누고 영역별 점수를 합산한 것이다. 건강한 식생활을 할수록 100점에 가까워진다.
영역별 점수를 보면 현미 등 도정을 덜한 ‘전곡류 섭취’에서 5점 만점에 평균 0.63점이 나왔다. 하루 한 차례 이상 현미밥을 먹으면 만점인 5점으로, 한 차례도 먹지 않으면 0점으로 처리한 결과다. 현미밥을 먹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반면 흰쌀밥을 뜻하는 도정곡 섭취는 5점 만점에 4.08점으로 충분한 수준이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흰쌀밥 섭취를 줄이고 현미밥을 더 많이 먹으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생선·닭고기 등 흰 고기와 소·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의 섭취 비율도 점수화한 결과 5점 만점에 평균 1.67점으로 낮은 편이었다. 흰 고기를 붉은 고기보다 4배 더 먹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았다.
총 과일류(100% 과일주스, 과일 통조림, 말린 과일 포함) 섭취도 5점 만점에 평균 2.29점으로 낮았다. 특히 남성은 1.80점으로 여성(2.77점)에 비해 과일을 훨씬 덜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총 채소류 섭취에서는 남성이 4.03점으로 여성(3.51점)에 비해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지방 섭취에서도 10점 만점에 5.41점이라는 좋지 않은 성적표가 나왔다. 이상적인 지방 섭취 비율은 총 에너지 섭취량의 15∼25%인데, 이보다 많거나 적게 섭취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한국인의 지방 섭취량은 2007년 1일 37.9g에서 지난해 1일 49.7g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하루 섭취량이 2000㎎ 이하일 때 10점 만점인 나트륨 섭취도 5.69점을 기록했다. 짜게 먹는 사람이 여전히 많음을 보여준다. 국민 10명 중 8명은 하루 2000㎎ 이상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다.
식생활평가지수는 19∼29세가 54.6점을 기록한 반면 50∼64세는 62.3점이었다. 나이가 많을수록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한다는 얘기다. 남성(58.2)에 비해 여성(59.8점)의 평가지수가 더 높았다. 점수가 가장 높은 집단은 50∼64세 여성으로 63.6점이었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식생활평가지수도 높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아직 지표가 정해지지 않아 평균 59점을 무조건 심각한 상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영역별로 만점과 차이가 큰 전곡류 섭취나 흰 고기 섭취 비율, 지방·나트륨 섭취 등은 개선이 가장 시급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아직도 이밥에 고기? 한국인 식생활 59점 ‘낙제’… 첫 점수화 ‘평가지수’ 공개
입력 2015-10-06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