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잠을 자고, 또 일정한 시간에 눈을 뜨는 걸까. 이런 ‘생체시계’의 성질은 1954년 처음 발견됐지만 그 원리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우리나라 수학자가 포함된 국제 공동 연구진이 60년 묵은 이 난제를 풀었다.
KAIST 수리과학자 김재경(사진) 교수는 수학 모델링을 통해 온도가 바뀌어도 생체시계가 유지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듀크-싱가포르의대, 미국 미시간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몰레큘러 셀’ 최신호에 발표됐다.
우리 뇌의 생체시계는 오후 9시쯤 되면 멜라토닌 분비를 시작해 잠을 자게 하고 오전 7시쯤 잠에서 깨게 만든다. 일반 생화학 반응은 온도가 올라가면 반응속도가 빨라지기 마련이다. 몸에 열이 나거나 여름철에는 수면시간이 짧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생체시계는 온도가 변화해도 빨라지거나 느려지지 않고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다. 체온 변화에도 규칙적인 삶을 살 수 있다.
김 교수는 생체시계에 작동하는 핵심 단백질인 ‘피어리드2’에 주목했다. 그리고 ‘인산화 스위치’가 이 단백질의 분해 방법을 적당한 비율로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온도가 올라가면 인산화 스위치는 피어리드2가 느리게 분해되는 쪽의 비율을 높여 분해 속도를 전체적으로 늦춘다. 반면 온도가 내려가면 빠르게 분해되는 쪽의 비율을 높여 분해 속도를 빠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산화 스위치 조절 물질을 개발한다면 해외 출장으로 인한 시차, 주야 교대 근무 등에 의한 생체시계 이상 현상을 극복하고 치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민태원 기자
사람은 왜 밤만 되면 자야 할까… 생체시계 원리 60년 만에 수학으로 풀었다
입력 2015-10-06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