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2시, 5000여명의 경기도 성남시민과 다문화 가족들이 분당 만나교회(김병삼 목사) 앞 탄천 공터를 가득 채웠다. 간단한 준비운동으로 몸을 푼 참가자들은 강렬한 가을 햇살 아래서도 힘찬 걸음을 내디뎠다. 햇살을 피하기 위해 양산을 든 노인, 유모차를 끌고 행사에 참여한 주부, 가방을 맨 초등학생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Walk Together(함께 걸어요)’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4㎞ 코스를 걸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휴먼브리지(대표 김병삼 목사)가 개최한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걷기축제’에 참여한 이들은 피부색도 언어도 달랐지만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서로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 40대 여성이 주변에서 같이 걷던 동남아계 남성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길목 곳곳에선 외국인들이 아프리카와 남미 등의 전통공연을 펼쳐 볼거리를 제공했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각국 전통의상을 입은 모델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했다.
손자와 함께 행사에 참여한 박병태(67)씨는 “우리나라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다문화 사회가 됐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다문화 가족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1년 한국에 온 방글라데시인 사이도(30)씨는 “아직도 한국인들의 차가운 시선을 견뎌야 할 때가 많다”며 “이번 행사처럼 한국인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월드휴먼브리지는 소외된 다문화 가족들을 돌아보고 보듬어주자는 취지에서 올해 축제의 주제를 ‘함께 걸어요, 아름다운 세상’으로 정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서면으로 “‘걷기’에는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걷기 축제가 우리 이웃들과 눈을 마주치며 소통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걷기를 마친 이들은 만나교회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음악회’에 참석했다. 가수 신형원과 노사연의 무대에 이어 만나교회 목회자 합창단이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를 불렀다. 공연이 끝날 때마다 다문화 가족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만나교회 성도들은 다문화가족 지원기관 20곳에 방한복 8000벌을 후원했다.
김병삼 목사는 “다문화가족은 나와 다른 이방인이 아니라 나와 함께하는 이웃”이라며 “이분들에게 항상 따뜻한 손을 내밀어 달라”고 당부했다.
성남=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피부색·언어 달라도… 눈으로, 마음으로 소통… 월드휴먼브리지,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걷기축제’
입력 2015-10-06 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