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버린 것이 목소리 유지 비결”… 8일 서울서 듀오콘서트 여는 라몬 바르가스 · 홍혜경

입력 2015-10-06 02:42
테너 라몬 바르가스(왼쪽)와 소프라노 홍혜경이 5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꽃다발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악가가 오랫동안 노래를 계속 부를 수 있으려면 자신의 목소리에 맞게 노래해야 해요.”

테너 라몬 바르가스(55)와 소프라노 홍혜경(56)이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듀오콘서트를 앞두고 5일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50대 중반인 두 성악가는 한결같은 목소리 유지 비결에 대해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목소리와 테크닉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레퍼토리 선정에 무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스타가 되려는 욕심에 무리하다가 금방 커리어를 접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멕시코 출신 바르가스는 발군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리릭(서정적인) 테너’다. 이른바 빅3 테너(루치아노 파바로티·플라시도 도밍고·호세 카레라스)의 뒤를 이어 세계 성악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롤란도 비야손, 로베르토 알라냐, 요나스 카우프만, 마르첼로 알바레즈 등 최정상급 테너들의 맏형 격이다. 1982년 데뷔한 그는 92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에서 파바로티의 대역으로 출연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워낙 노래를 좋아하고, 잘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이 약간 긴장된다”고 농담을 던졌다.

바르가스와 호흡을 맞추는 홍혜경은 한국이 낳은 최고의 소프라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년 넘게 메트의 안방마님으로 군림해 온 홍혜경은 지난해 연세대 석좌교수가 됐다. 덕분에 지난해 메트 데뷔 30주년 독창회에 이어 올 상반기 ‘피가로의 결혼’으로 10년 만에 고국 오페라 무대에 섰다. 세계적인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과도 공연했다. 홍혜경은 “한국 관객들이 요즘 저를 너무 자주 봐서 지겹게 느끼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바르가스와 홍혜경은 2004년 메트에서 ‘호프만의 이야기’에 같이 출연하며 친분을 쌓아왔다. 그는 “홍혜경은 소리와 매너, 인간성 모두 우아함 그 자체다”면서 “리릭 소프라노인 홍혜경과 나는 비슷한 점이 많아서 이번 콘서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홍혜경도 “라몬은 목소리도 좋지만 가슴으로 노래를 하는 사람”이라며 “라몬처럼 심성이 따뜻하고 좋은 사람은 성악계에서 정말 보기 드물다”고 칭찬했다.

실제로 바르가스는 뇌성마비를 앓던 첫아들이 2000년 세상을 떠나자 재단을 만들어 장애아 가정을 돕는 등 사회기부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아들을 추모하기 위해 그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고 아들과 같은 장애아를 둔 가난한 가정을 돕게 됐다”고 밝혔다.

글·사진=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