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강온양면책을 구사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연설을 트집 잡아 “이산가족 상봉도 살얼음장 같은 위태로운 상태”라고 협박했던 북한이 돌연 지난 4월 억류했던 한국 국적 미국 뉴욕대 휴학생 주원문씨를 5일 판문점을 통해 송환했다. 북의 추가 도발 움직임을 비판하고 개혁과 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의 길로 나설 것을 촉구한 박 대통령의 유엔연설을 “북남관계 개선 분위기를 망쳐놓은 대결망동”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던 직전 태도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애초부터 북한 당국이 호기심 차원에서 북·중 국경을 넘은 주씨를 억류할 명분이 약했다. 인도적 차원에서 진작 돌려보냈어야 했다. 북한이 미국 영주권자인 주씨를 갑자기 돌려보낸 배경엔 여러 복선이 깔려있다. 우선 8·25합의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유화 제스처의 하나로 주씨 송환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지금 북한에는 김정욱 선교사와 김국기, 최춘길씨 우리 국민 3명이 사형이나 다름없는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억류돼 있다. 북한이 진정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이들도 조건 없이 조속히 송환해야 한다.
남북은 어제 판문점에서 이산가족 생사확인회보서를 교환했다.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20개월 만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확률이 한층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현재까지 장거리 로켓 발사 징후 등 북한의 특이한 군사적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대표단의 노동당 창건행사 참석도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억제하는 지렛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아무런 확약도 받지 않고 대표단을 북한에 보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북의 태도에 달려있다. 그래서 당 창건 기념행사에서 나올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연설 내용이 중요하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 실험으로 북한이 얻은 것은 고립과 배고픔이다. 그럼에도 무모한 도발을 감행한다면 더 혹독한 시련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김정은 정권이 모를 리 없다. 살길은 개혁개방에 있다. 당 창건 70주년 행사도 이를 국제사회에 선포하는 장으로 삼길 바란다.
[사설] 北, 남은 억류자도 풀어주고 대화국면 살려가기를
입력 2015-10-06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