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시리아 난민에 책임… 구조에 뛰어들어야”… 한병철 베를린 예술大 교수, 한국의 무관심 질타

입력 2015-10-06 02:35

“지금 당장 지중해에 배를 보내서 물에 빠져 죽는 난민을 구조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터키나 요르단에 비행기를 보내서 난민수용소에 있는 난민들을 한국으로 싣고 와야 합니다. 그들의 고통에 대해서 우리도 가해자입니다. 당연히 우리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신간 ‘에로스의 종말’(문학과지성사)을 들고 방한한 재독철학자 한병철(56·사진)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가 난민 문제에 대한 한국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한 교수는 5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책 얘기도 미룬 채 난민 얘기를 토해냈다.

“아프리카의 고통이나 시리아 난민 문제는 글로벌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와 관련이 있습니다. 난민 문제는 서방에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역시 글로벌 경제에 속해서 돈을 벌고 있고,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해자입니다.”

그는 또 “돈 많은 나라가 됐으니 이제는 도덕적인 나라가 돼야 한다”면서 “시야를 넓혀서 행동의 범위를 세계로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2010년 출간한 ‘피로사회’로 독일 학계가 주목하는 철학자로 부상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사회와 심리에 대한 독창적인 비판과 지적인 문체로 유명하다. 여러 학자들이 그의 책을 인용하는가 하면 새 책이 나올 때마다 독일은 물론 유럽 언론들이 크게 보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2년 ‘피로사회’가 번역 출간된 후 그가 내는 책마다 소개되고 있다.

“최근 사랑의 종말을 고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려온다”로 시작되는 한 교수의 신간은 ‘왜 사랑이 불가능해졌는가’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 타자의 상실이 에로스를 소진시켰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사랑을 위해서는 타자의 발견을 위해 자아를 파괴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데, 현대인들은 타자에 대한 감각을 상실한 채 자기라는 늪에 빠져 익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고립된 개인이 아파하고 있다”고 현대인의 상태를 규정하면서 “연대가 있고, 우정이 있고, 사랑이 있고, 이웃이나 친구가 있어야 자아가 생긴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체제는 사람들 간 연대를 끊어버린다. 타자가 없어지니까 자기도 공허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로사회’로부터 ‘투명사회’ ‘권력이란 무엇인가’ ‘심리정치’ 등으로 이어지는 자신의 저술 작업에 대해 “이 시대를 여러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노동의 관점, 사랑의 관점에서 이 사회를 말했는데, 다음에는 아름다움의 관점에서 얘기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