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공천 룰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청와대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비판으로 촉발된 친박과 비박 세력의 갈등이 격화일로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간 권력투쟁 양상으로 발전하는데도 수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천 문제 대신 외교와 경제, 개혁과제 등을 언급했지만 이 싸움이 조기에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국정 차질은 불가피하다.
당이 특별기구에서 공천 방식을 논의키로 했으면 하루라도 빨리 기구를 출범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원장 인선, 위원 안배에 대한 계파 간 이견으로 구성조차 하지 못함으로써 여당의 정치력 부재를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친박계 맏형이라 불리는 서청원 최고위원이 공식 회의석상에서 김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잘못이다. “나는 참고 있다. 이제는 용서하지 않는다”고까지 말했다는데 볼썽사나운 언사다. 당 대표와 이런 식으로 치고받는 것은 국민들에게 한심하게 비친다. 대화와 타협이 아닌 대국민 선전전과 공개 언쟁으로는 좋은 해법을 찾기 어렵다.
따지고 보면 친박과 비박계 간 입장차가 엄청나게 큰 것도 아니다. 김 대표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사실상 단념했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협공이 의외로 거센 데다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대안으로 나온 것이 당헌·당규에 규정된 ‘우선공천제’다.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 추천이 필요한 지역, 공모 신청자가 없거나 신청자의 경쟁력이 현저하게 낮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우선추천 지역으로 선정해 별도로 공천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전략공천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강조해 왔지만 우선공천은 전략공천과 크게 다르지 않다. 후보심사 요소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머리를 맞대고 협상하면 얼마든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여론조사 결과를 100% 반영하겠다는 김 대표 생각이나 대구·경북 같은 절대우세 지역을 모조리 우선추천 대상으로 삼겠다는 친박계 생각에는 둘 다 약점을 갖고 있다. 어차피 ‘공천지분 싸움’이기 때문에 특별기구에서 절충점을 찾는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청와대가 싸움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두고자 한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내년 총선이 임기를 1년10개월이나 남겨둔 시점이어서 친박계의 세력 확대가 긴요할 수도 있겠지만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와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실익이 없다. 친박계 수장으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지면 국회에서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의 협력을 이끌어내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4대 개혁과 경제 활성화가 시급하다면 더더욱 그렇다.
[사설] 새누리당 공천 룰 갈등 정말 한심하다
입력 2015-10-06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