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정재호] 수상한 포털뉴스제휴평가委

입력 2015-10-06 00:29

포털과 언론 간 온라인 저널리즘 질서를 재확립할 기구가 이달 안으로 발족한다.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평가위) 발족이 그것이다. 평가위 출범은 지난 5월 양대 포털이 언론계, 학계 등 유관단체와 기관에 제안하고 그에 따라 가동된 준비위가 내놓은 결과물이다.

준비위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평가위 규정 합의안’에 따르면 평가위는 15개 단체에서 2명씩 30명으로 구성되며 사무국은 양대 포털사가 맡는다. 평가위가 근절해야 할 의제로는 사이비 언론, 선정적인 광고나 이미지, 기사를 가장한 광고, 동일 기사 반복 전송(어뷰징) 등을 설정했다고 준비위는 전했다.

핵심 의제들이 언론의 비뚤어진 행태를 집중 겨냥한 걸 보니 평가위가 목표하는 방향을 짐작할 만하다. 인터넷 기반 군소 언론들은 벌써부터 마치 ‘검열기구’라도 출현한 양 반발하고 있다. 평가위 평가가 바로 언론사의 포털 진입 또는 퇴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포털 측은 강제성은 없지만 평가위 구성 제안을 먼저 한 입장에서 그 평가를 거부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평가위 산하 사무국을 포털에 둔 것 자체가 포털 친화적 위원회란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래서 걱정된다. 언론은 과거보다 더 포털 손아귀에 예속될 프레임이 짜인 셈이다. 포털에 이어 평가위까지 상대하기 버거운 갑(甲)이 언론을 겹겹으로 옭아맨 모양새다.

그래서 요구된다. 위원 선정과 운영에 투명성 확보가 우선이다. 하지만 위원을 공개하면 특정 언론이 평가위원에게 접근, 과도한 일(로비)을 할 수 있어 비공개키로 했단다. 정말 그럴까. 오늘날 어뷰징 남발의 주역으로 눈총을 사는 대형 언론사들이 15개 단체 30명 위원 명단을 취재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는 얘긴데, 오산이다. 음성적 거래를 원천 차단하지 못할 바엔 위원 명단을 공개하고 언론사 상호 간 또는 네티즌의 워치독을 기대하는 게 차라리 낫다.

평가위의 정체와 위상에 진짜 의문이 드는 것은 온라인 저널리즘의 폐해를 언론 탓으로 만 몰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핵심 의제들은 분명 ‘언론 탓’에 편중됐다. 기자들의 이런 지적에 준비위는 “포털의 역할에도 책임을 강조한다”며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와 랭킹뉴스 서비스를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지만 온도차가 느껴진다. 한국기자협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자들의 62.4%는 실시간 검색어(실검) 폐지에 찬성했다. 어뷰징을 제재하려면 실검 개편에도 상응하는 채찍이 가해져야 마땅하다.

이왕 포털 책임론이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포털과 연합뉴스의 공생 고리도 재검토해야 할 과제다. 연합뉴스는 연간 수백억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국가지정 통신사이면서 포털의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포털은 실시간 속보에 강한 통신사 특성과 이용자의 알권리 수요를 맞춘 것이라고 변명하겠지만 국가지정 통신사가 알맹이는 없고 ‘제목’만 내보내는 속보 경쟁을 주도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포털 제휴 언론사에 대한 포털의 정당한 이용료(저작권료) 제공 기준 마련도 중요한 의제가 되고도 남는다. 지금껏 언론사는 을(乙)이다 보니 조회수도, 산출 기준도 모르고 포털이 정한 헐값에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 포털은 불공정 계약을 통한 뉴스서비스를 통해 천문학적인 이득을 챙겼다고 언론계는 본다. 포털 맘대로이니 힘 있는 언론사와의 뒷거래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평가위는 발족하는 대로 언론과 포털 공히 불편부당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누구나 납득할 만한 의제들로 재설정해야 한다. 차제에 언론들이 건전한 온라인 저널리즘 실현에 앞장서도록 메리트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정재호 편집국 부국장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