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장 떼니 쓴소리·곧은소리 ‘돌직구’… 경북 하위직공무원 ‘가면 토론’

입력 2015-10-06 02:31
경북도청 7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창조경북 주니어포럼’이 5일 ‘계급 없는 토론회’를 열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평소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경북도 제공

“야근을 줄이고 부하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합니다.”

경북도 하위직 공무원들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7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창조경북 주니어포럼’은 5일 도청 회의실에서 ‘계급 없는 토론회’를 열고 일일 간부가 돼 평소의 생각을 떳떳하게 밝혔다. 지자체 최초의 ‘계급 없는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익명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해 토론자 20여명은 각자 개성 넘치는 가면을 쓰고 별명을 사용하며 도지사 등 일일 간부공무원으로서 바람직한 도정과 조직문화 방향을 제시했다.

방청한 공무원들도 가면을 착용했고 간부부터 하위직원까지 모두 회의를 지켜 볼 수 있도록 도청 내 사무실에 TV로 생방송했다.

도지사 역할을 맡은 닉네임 ‘갈 곳 없는 밤의 제왕’은 “간부들이 부하직원을 조금 더 생각해야 한다”며 “인간관계가 업무보다 힘들다는 하소연이 있는 만큼 서로 격려하고 챙겨주는 따뜻한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정부지사를 담당한 닉네임 ‘검은고양이 네로’는 “내부 고객인 직원들이 만족하면 외부 고객인 도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며 “아침에 눈을 뜨면 빨리 출근하고 싶은 즐거운 직장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닉네임 ‘진실의 입’은 “출퇴근시간 보장, 쓸데없는 야근금지, 보고를 위한 보고서 작성 금지 등 조직 내 뿌리 깊은 문제부터 바꿔 나아가자”고 제안해 방청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또 ‘장시간 근무하는 것만이 꼭 성실하고 유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는 의견과 의무 낮잠 등 점심식사 후 15∼30분 여유 갖기, 무기명 채팅으로 난상 토론, 차관(차기 사무관·6급을 일컫는 호칭) 등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호칭 재정립, 교육·연가 자율적 사용 보장 등의 제안이 쏟아졌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조직문화를 더욱 건전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도민 행복과 경북 발전을 위해 모든 직원이 뜻을 모아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