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줄이고 부하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합니다.”
경북도 하위직 공무원들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7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창조경북 주니어포럼’은 5일 도청 회의실에서 ‘계급 없는 토론회’를 열고 일일 간부가 돼 평소의 생각을 떳떳하게 밝혔다. 지자체 최초의 ‘계급 없는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익명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해 토론자 20여명은 각자 개성 넘치는 가면을 쓰고 별명을 사용하며 도지사 등 일일 간부공무원으로서 바람직한 도정과 조직문화 방향을 제시했다.
방청한 공무원들도 가면을 착용했고 간부부터 하위직원까지 모두 회의를 지켜 볼 수 있도록 도청 내 사무실에 TV로 생방송했다.
도지사 역할을 맡은 닉네임 ‘갈 곳 없는 밤의 제왕’은 “간부들이 부하직원을 조금 더 생각해야 한다”며 “인간관계가 업무보다 힘들다는 하소연이 있는 만큼 서로 격려하고 챙겨주는 따뜻한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정부지사를 담당한 닉네임 ‘검은고양이 네로’는 “내부 고객인 직원들이 만족하면 외부 고객인 도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며 “아침에 눈을 뜨면 빨리 출근하고 싶은 즐거운 직장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닉네임 ‘진실의 입’은 “출퇴근시간 보장, 쓸데없는 야근금지, 보고를 위한 보고서 작성 금지 등 조직 내 뿌리 깊은 문제부터 바꿔 나아가자”고 제안해 방청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또 ‘장시간 근무하는 것만이 꼭 성실하고 유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는 의견과 의무 낮잠 등 점심식사 후 15∼30분 여유 갖기, 무기명 채팅으로 난상 토론, 차관(차기 사무관·6급을 일컫는 호칭) 등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호칭 재정립, 교육·연가 자율적 사용 보장 등의 제안이 쏟아졌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조직문화를 더욱 건전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도민 행복과 경북 발전을 위해 모든 직원이 뜻을 모아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계급장 떼니 쓴소리·곧은소리 ‘돌직구’… 경북 하위직공무원 ‘가면 토론’
입력 2015-10-06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