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45만 관객을 모은 ‘끝까지 간다’는 배우 이선균(40)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으로 연극과 뮤지컬, 드라마 등에 출연하고 영화에도 여러 편 주역을 맡았으나 가장 주목받은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끝까지 간다’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의 끈을 놓지 않는 스릴 액션의 재미를 선사했다.
그가 1년 만에 비슷한 포맷의 영화 주인공을 맡았다. 8일 개봉되는 ‘성난 변호사’에서 허세 부리는 변호사 변호성을 연기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지난 3일 가진 시사회와 무대인사에서 그는 관객들의 환호성에 시종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이후 만난 그는 다소 걱정도 된다고 털어놨다. ‘끝까지 간다’와 ‘성난 변호사’의 차별성을 관객들이 알아줘야 한다면서.
“스릴과 액션은 비슷해요. 하지만 ‘끝까지 간다’가 이색적인 형사물이라면 ‘성난 변호사’는 법정영화이자 코믹하고 로맨스도 있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요. ‘끝까지 간다’에서는 악역을 맡은 조진웅과 함께 극한 상황을 계속 헤쳐 나갔다면 ‘성난 변호사’는 제 혼자 책임져야 하니까 부담도 됐어요. 117분간 원맨쇼를 하는데 잘못하면 독박을 쓰는 거죠.”
그는 변호사를 연기하기 위해 송강호의 ‘변호인’, 하정우의 ‘의뢰인’을 참고했다. “제 나름의 캐릭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검사 시절에는 정의파였겠지만 지금은 돈을 밝히는 변호사, 배낭가방을 메고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변호사. 검사로 있는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의뢰인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복장을 단정하게 해야 한다고. 그런데 이런 변호사도 있지 않겠어요?”
변호성은 대형 로펌의 잘 나가는 에이스 변호사다. 의약품 부작용 소송에서 제약업체를 변호해 승소한 그는 돈도 안 되는 여대생 살해 사건의 피의자를 변호하는 일을 맡게 된 것이 탐탁지 않다. 피의자의 혐의를 벗길 증거를 찾아내고 자신만만하게 변호하지만 재판 도중 피의자가 자신이 범인이 맞다고 자백한다. 여기서부터 진실공방의 스릴이 시작된다.
법정에서 맞서는 검사 진선민은 김고은이 맡았다. ‘협녀: 칼의 기억’에서도 그랬지만 여검사 캐릭터에 썩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다는 지적에 이선균이 손을 내저었다. “고은이는 학교 후배예요. 친구 사이인 허종호 감독에게 제가 추천을 했지요. 솔직히 모든 걸 떠나서 주역도 아닌데 선뜻 나서준 고은이가 고마울 따름이죠. 예쁘잖아요?”
감칠맛 나는 추격신이 있고 사회적 성격이 강한 사건의 해결 과정에 단죄의 통쾌함이 있는 게 이 영화의 장점이다. 조금씩 드러나는 사건 진상에서는 악취가 진동하고 악당의 악랄함이 극에 달해 돈 냄새만 좇던 변호사가 화가 나서 마음을 바꿔먹는 모습이 개연성 있게 그려졌다. 막판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눈을 떼기 어렵다.
“반전을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 장면이 제일 중요하죠. 모든 관객의 시선이 집중되는 대목이니까요. 나중에 비밀을 알고 나서 ‘아∼그렇구나’ ‘시시하네’라는 반응이 있을 수도 있겠죠. 가능하면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자고 했어요. 사회정의라든지 거창한 주제를 가진 작품이 아니라 그냥 웃고 즐기는 기분전환용 영화라고나 할까요.”
아내 전혜진이 영빈 역으로 나오는 ‘사도’ 얘기를 꺼냈다. “영화 보면서 그렇게 울기는 처음이에요. 아버지와 아들의 비극에 눈물이 계속 흐르더라고요. 아내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부부가 같은 영화에 출연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에이∼, 함께 사는 것도 그런데 영화에서까지 호흡을 맞춘다고요? 그럴 일 없어요”라며 웃었다.
부산=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자뻑’ 변호사 악당에 뿔났다… ‘성난 변호사’의 주인공 이선균
입력 2015-10-07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