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종인] 전력수급정책의 4차 방정식

입력 2015-10-06 00:21

제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이 올해 4월 29일 국회 상임위에 처음 보고되었다. 그후 7월 20일 석탄 화력발전소 4기 건설 계획은 취소하고 2029년까지 원자력 발전소 2기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력수급 기본계획이 원안대로 확정되었다. 산업부가 주도한 전력수급 기본계획은 국회 상임위에 보고되는 날부터 국회, 환경부, NGO, 전문가 등 관련 이해관계자의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각각의 입장 차이는 역할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산업부가 제시한 전력 수요의 과다 예측과 원전 추가 건설 방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다양한 입장 차이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전력수급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방정식을 풀려면 검토해야 할 네 가지가 있다. 첫째, 경제 성장 전망과 산업구조 재편을 통한 에너지 사용 계획의 정확성과 신뢰성, 둘째, 원자력 발전소의 경제성 검토, 셋째, 신재생에너지 활용의 실질적인 효용성, 넷째, 중국 동부 해안에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이다.

미래 전력수요 전망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는 국가경제 성장 전망, 산업구조 개편의 방향, 전기 사용의 효율적 관리 노력, 1인당 전력소비 낮추기운동을 들 수 있다. 먼저 수요 전망에 있어서의 혼선이 전력 수요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산업부와 환경부의 2029년 수요 전망 차이는 1500㎿ 신규 원전 10기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정책 혼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경제 성장 전망과 산업구조 개편은 총리실과 청와대가 직접 책임을 지고, 전기 사용의 효율적 관리 노력과 1인당 전력소비 낮추기운동은 산업부와 환경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실질적인 대응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는 23기의 원전을 가동 중에 있으며 2029년이 되면 35기로 대폭 늘어난다. 전력생산 비용의 경제성과 온실가스 감축에 용이하다는 이유가 원전 추가 건설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운용 비용이 실제로 경제적이기 위해서는 원전 건설비용뿐만 아니라 고압 송전선 설치 및 원전 폐기 시 비용 그리고 각종 갈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전제로 한 경제성 검토가 되어야 한다.

셋째,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3.52%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신재생에너지 사용의 범위를 2029년까지 20%(정격용량 기준)로 하겠다는 현실성 없는 숫자를 제시하는 것보다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기술적 진보를 위한 노력과 실질적인 반영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의 미래 모습이기 때문이다.

넷째,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에도 중국의 원전 건설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은 2013년 기준으로 운전 중인 18기를 비롯해 총 73기의 원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전의 특성상 많은 냉각수(바닷물)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인접해 있는 해안에 대부분의 원전이 건설되고 있고, 스다오완(石島灣) 발전소의 경우에는 연평도에서 20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2030년이 되면 세계 원전의 25%가 동아시아 3국에 설치될 예정이다. 원전의 안전적인 관리와 효율적 사용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동아시아 원전 연대가 시급하다.

산업부의 현실적인 고민을 이해한다고 해도 정책입안 과정에서 나타난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문제 제기를 일방적으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정책 실행에 발목을 잡혀 계획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의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전력 사용의 효율적 관리, 그리고 1인당 전력 소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이종인 성공회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