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옛날 영화지만 오랜만에 ‘어른 영화’를 봤다.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Strangers When We Meet 1960)’. 커크 더글러스와 킴 노박이 서로 사랑하는 유부남과 유부녀로 나오는 ‘불륜영화’다. 이 영화를 본 김에 내쳐 비슷한 영화를 한편 더 봤다. ‘종착역(Stazione Termini 1953)’. 당대의 할리우드 톱스타 몽고메리 클리프트와 제니퍼 존스를 기용했지만 비토리오 데 시카가 연출한 이탈리아 영화다.
‘만날 때는∼’은 이웃집 남편과 아내가 눈이 맞아 금지된 사랑을 나누는 얘기이고, ‘종착역’은 이탈리아에 여행 온 미국 가정주부, 즉 연상의 유부녀와 젊은 현지 미혼청년 사이의 ‘이룰 수 없는’ 사랑 이야기다. 아무래도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인 시절에 만들어져서인지 두 영화 모두 외도하던 주인공들이 결국엔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도덕적’ 결말로 귀결된다.
이 영화들을 ‘어른 영화’라고 한 것은 단순히 불륜을 다뤘기 때문이 아니다. 아이들은 알 수 없는, 연륜을 지닌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 신맛, 그리고 아이러니 따위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인생을 어느 만큼 살아본 사람들만이 알고 느낄 수 있는 세상사의 희로애락과 삶의 깊은 이치, 혹은 그 반대로 사소하고 미묘한 기미(機微) 등을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해주는 영화가 ‘어른 영화’라는 얘기다.
그렇게 볼 때 요즘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거의 전부 ‘애들 영화’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에 대한 관조(觀照)나 통찰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아마도 10대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주 관객층이 되는 바람에 그럴 게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애들 영화만 찍어대는 건 감독들의 수치 아닐까. 적어도 ‘영화작가’의 꿈을 꾸는 이들이라면.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39) ‘어른 영화’를 찾아서
입력 2015-10-06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