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충남 청양 운곡감리교회] 낙뢰로 사택 전소… 추위 앞두고 모든 것 앗아가

입력 2015-10-06 00:10
박상로 운곡감리교회 목사가 낙뢰로 전소한 사택 앞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운곡감리교회 제공
그날은 비도 오지 않았다. 비가 올 것처럼 먹구름이 몰려오지도 않았다. 그저 하늘에 구름이 많은 정도였는데 갑자기 강한 불빛과 굉음이 이어졌다. 낙뢰였다.

지난달 2일 낮 12시20분쯤 충남 청양군 운곡감리교회(박상로 목사) 인근. 처음 낙뢰는 교회 옆 2300여㎡(700여평)의 밭에 떨어졌다. 다음 낙뢰도 밭에 떨어졌다. 교회와 더 가까운 지점이었다. 그 다음 낙뢰는 더 가까웠다. 그렇게 서너 번 낙뢰가 떨어졌고 마지막으로 교회 옆 사택에 떨어졌다. 사택은 전소했다.

박상로(47) 목사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박 목사, 아내, 아이들 모두 집 밖에 있어 인명피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 목사는 외부에서 교회 일을 하고 있었고 아이들 셋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아내는 아이들 가운데 장애를 가진 둘째 딸과 멀리 충남 천안에 있는 특수학교에 있었다. 뇌병변 장애를 갖고 태어난 딸은 중증장애 1급이다.

낙뢰는 이날 모든 것을 앗아갔다. 가재도구, 컴퓨터, 옷, 1000여권의 신앙 서적, 교회의 역사적 자료들을 다 잃었다.

13세 막내아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막내의 교실에서 빤히 보이는 곳에 교회가 있었다. 불타는 사택을 보면서 “우리 집 같은데…, 우리 집인데…”라며 안절부절못했다고 한다. 막내는 사나흘 간 구토와 설사에 시달렸다. 박 목사 가족은 지금 성도가 빌려준 임시 거처에서 지낸다.

박 목사는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사택을 다시 짓는 것은 고사하고 불에 탄 잔해를 치우는 데만 1000여만원이 들어간대요. 지붕이 슬레이트인데 이것은 특정 폐기물 처리전문업체에 맡겨야 한답니다. 사택을 새로 짓는 비용이 3.3㎡(평)당 250만∼350만원 정도라는데 이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어요.”

운곡감리교회는 면 소재지에 있는 전형적인 시골교회다. 성도는 40여명으로 대부분 70∼80대 어르신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목사는 평소 변변한 사례비도 받지 못했다.

박 목사는 현 상황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라고 했다. 어릴 땐 부족함 없이 자랐고 대학 시절 아버지의 가구사업 실패로 끼니를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도 지금처럼 막막하진 않았다.

박 목사는 먼 길을 돌아 어렵게 목회자가 됐다. 목회자의 길로 들어선 것은 부모의 서원 때문이다. 박 목사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열정적으로 신앙생활을 했던 부모는 ‘첫아이는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서원했다. 그는 이과와 문과 선택을 놓고 고민할 때 부모가 서원한 사실을 알았다.

협성대에 들어갔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고 전문대에 진학했다. 나중에 협성대 신학대학원에 들어가 신학을 마치고 목회자가 됐다. 충남 예산에서 부목사로 9년 있다가 2012년 12월 이곳에 청빙을 받았다.

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목회자의 길에 들어섰지만 이곳까지 인도하신 이는 하나님”이라며 “지금 당장 앞이 보이진 않지만 하나님께서 이 목회의 여정을 책임지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동네 사람들의 위로를 통해 하나님을 더 신뢰하게 됐다고 했다. 동네 사람들은 ‘벼락 맞았으니 망조가 들었네’라고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벼락을 맞으면 부자가 된다는데 교회가 벼락을 맞았으니 부흥하겠네’라며 박 목사를 위로했다.

그래서 얼마나 크게 부흥됐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박 목사는 “욕심은 없다”면서 “이 지역에 이 교회가 소망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