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은 그동안 냉각됐던 북·중 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장거리 로켓 발사, 3차 핵실험 등을 강행하고 2013년에는 대표적 친중 인사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하자 북·중 관계는 차갑게 식었다. 주중 북한 대사관이나 평양의 중국 대사관을 통한 일상적인 교류는 있었지만 고위급 교류는 사실상 끊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에 맞춰 류 상무위원이 주중 북한 대사관을 찾아 조문하면서 오랜 냉각기를 끝내는 신호탄으로 해석됐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지난 9월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참석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은 물론 고위급 접촉도 없이 평양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최고위급 지도부가 북한을 방문한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의 일부 관측통들은 불과 수일 전까지도 “북한이 중국에 초대장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 대표단이 참석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번 ‘류윈산 방북’으로 그동안 북한이 예고해 왔던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최근까지도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시 주석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로켓 발사와 핵 실험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촉구한 바 있다. 만일 중국 최고위 지도자가 방북 중이거나 방북 직후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중국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양국 관계는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빠져들 수 있다.
베이징의 한 관측통은 “중국이 아무런 조건 없이 상무위원을 파견키로 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최소한 일정기간 동안에는 쏘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공식적으로 류 상무위원은 공산당 내 서열 5위다. 하지만 당 중앙서기처 서기를 맡고 있는데다 선전 부문까지 장악하면서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 왕치산 중앙기율위원회 서기와 함께 실세 상무위원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2013년 7월 북한의 정전 60주년 행사에 참석했던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인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과 류 상무위원의 ‘급’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류 상무위원의 방북 자체만으로 북·중 관계가 크게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도 많다.
결국 관건은 류 상무위원이 방북 기간 중 어떤 대우를 받느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북·중 관계는 중국이 북한에 손을 내밀고, 북한이 그 손을 뿌리치는 모양새를 보였다.
류 상무위원은 이번 방북 기간 중 어떤 형식으로든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 면담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이라는 격에 맞게 개별 면담이 이뤄지지 않거나 면담을 하더라도 긴 시간을 내주지 않는다면 ‘실질적 홀대’로 받아들여져 북·중 관계는 더욱 냉각될 가능성도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김정은과 면담 여부 주목…‘로켓 발사’ 타협 가능성도
입력 2015-10-05 1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