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막말’ 충암中·高, 뒤로는 막장 ‘급식 비리’

입력 2015-10-05 03:05
튀김반찬을 만드는 식용유는 색이 까매질 때까지 반복해 사용했다. 학교는 새 식용유가 납품되면 10통 중 4통꼴로 먼저 빼돌린 뒤 나머지만 급식 조리실에 넘겼다. 또 조리실에서 교실로 급식을 나르는 업체를 고용한 것처럼 거짓 서류를 꾸며 용역비를 착복했다.

급식 배송까지 조리원 몫이 됐고, 이 때문에 요리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반찬이 부실해졌다. 식재료는 물론 종이컵·수세미 등 소모품도 수시로 빼돌렸다. 이런 ‘막장 급식’을 하면서도 급식비 밀린 학생들에게 “밥 먹지 말라”는 공개 막말로 상처를 줬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5월부터 벌여온 은평구 충암중·고교 ‘급식 감사’ 결과 이 같은 실태가 드러났다고 4일 밝혔다. 지난 4월 교감이 다른 학생들 앞에서 급식비 미납 학생들에게 급식비를 독촉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던 학교다.

충암중·고교 측은 이날 학교 홈페이지에 ‘학생, 학부모, 졸업 동문님들에게 알립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감사 결과를 반박했다. 학교 측은 “전혀 사실과 다른 감사 결과를 발표한 서울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막장 급식’의 결정판

서울교육청 감사 결과를 보면 이 학교 교직원들은 학생 급식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 학교 측이 빼돌린 돈은 최소 4억1000여만원이다. 교육청은 충암고 전 교장 P씨와 행정실장 L씨, 충암학원 전 이사장 L씨, 용역업체 직원 등 18명을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수사 결과가 나오면 횡령액 전액을 환수할 방침이다.

충암중·고교는 조리실에서 각 교실로의 급식 배송을 용역업체에 위탁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실제로는 학교가 채용한 조리원에게 배송을 맡겼다고 한다. 이 학교는 시설이 낙후돼 급식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 상당수 학생이 교실에서 급식을 먹고 있다.

이런 회계 조작으로 2억5700만원 상당의 용역비를 착복했다. 용역비에는 실제 배송 업무를 하지 않은 용역업체 배송료와 용역업체 직원 퇴직적립금, 4대 보험료 등이 포함됐다.

조리원들은 요리할 시간을 쪼개 급식을 교실로 옮겨야 해 시간이 별로 안 걸리는 튀김요리를 많이 했다고 한다. 튀김요리에 쓴 식용유는 여러 번 사용해 새카맣게 변한 불량 식용유였다. 감사팀이 조리원에게 받은 진술에 따르면 식용유 10통이 납품되면 4통은 빼돌려졌다.

납품받은 식재료와 종이컵 등 소모품도 빼돌리거나 비용을 허위로 과다 청구했다. 이렇게 횡령한 금액은 1억5400만원 규모다. 식자재 납품업체 직원을 급식 담당 직원으로 채용한 뒤 학교의 식재료 구매와 관련해 자신이 일했던 업체와 부당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토록 한 사실도 적발됐다.

“전 이사장 아들이 주도”

감사팀에 따르면 충암고 전 교장 P씨(현재 충암중 교장)와 충암중·고교 행정실장 L씨가 급식 부정을 주도했다. L씨는 충암학원 전 이사장의 아들이다. 교직원 사이에서 ‘학원장’으로 불리며 강력한 권한을 휘둘렀다. 감사팀은 충암학원 전 이사장을 배후로 보고 그도 경찰에 고발했다.

전 이사장은 2011년 학교시설 관련 회계 부정에 연루돼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임원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받은 뒤 딸에게 이사장 자리를 넘겨줬다. 충암학원은 당시 교육청 특별감사에서 공사비 횡령, 학교회계 부정 등의 비리가 적발돼 검찰에 고발당했다. 충암학원 측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교육청은 학급 수 감축, 특별교부금 중단 등의 벌칙을 내렸었다.

“터무니없는 감사, 법적 대응”

충암중·고 측은 불량 식용유와 관련해 “1회 튀긴 뒤 불순물을 걸러 재탕을 했지만 삼탕을 하지 않았다. 새카만 식용류 사용은 허위”라고 부인했다. 감사팀이 소모품과 식재료비가 많이 나온 연도와 적게 나온 연도를 비교해 그 차액을 횡령 금액으로 추정했다고 주장했다. 배송용역 계약은 최저가 입찰로 정상 진행했고, 용역도 정상적으로 계약했다고 반발했다.

충암학원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떤 세상인데 학생들 먹는 걸 갖고 장난을 치는가”라며 “(서울교육청) 감사관이 터무니없는 감사를 벌이고 허위 사실을 공포했다. (우리는) 무상 급식을 둘러싼 이념 다툼의 희생자”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