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제 고양이가 아닙니다. 쥐가 됐습니다.”
통계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의사인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원 한스 로슬링(67) 교수는 2009년 인도에서 열린 TED 강의에서 “2048년 7월 27일 인도와 중국이 미국과 영국이라는 쥐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슬링 교수는 인구 1, 2위 국가인 중국, 인도의 성장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두 나라를 고양이라고 했다. 인도와 중국이 쥐를 잡을 것이라고 한 날은 로슬링 교수의 100세 생일이다.
로슬링 교수는 지난 2일 통계청이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진행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스페셜 콘서트’에서 강연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강연 다음 날 인근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난 그에게 “한국은 고양이인가, 쥐인가”라고 물었다. 대답은 단호했다.
“한국도 1980년대까지는 영국이나 미국을 쫓아가는 고양이였지만 이제 중국, 인도와 달리 쥐가 됐어요. 수많은 나라들이 한국을 쫓으려고 하죠.”
로슬링 교수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묵직한 열쇠 꾸러미를 꺼내 열쇠 하나를 보여줬다. 현대자동차 로고가 그려진 차 열쇠였다.
“60년대 스웨덴 가정들은 볼보자동차를 몰고 싶어 했죠. 저도 볼보를 몰았고. 이후 도요타로 바꿨어요. 지금은 현대차를 몰아요. 설명이 더 필요할까요?”
로슬링 교수가 한국의 성장을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은 통계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적인 지식 콘퍼런스 TED에서 통계를 이야기해 세계적인 강사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그를 최고의 인구구조 전문가라 극찬했고 미국 타임지는 2012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통계도 가끔은 오류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자신의 경험담을 쏟아냈다.
“데이터별 불확실성이 있을 뿐입니다. 인구수나 출산율은 어느 나라든 정확하죠. 하지만 시각장애인과 에이즈(HIV) 환자의 데이터는 달라요. HIV는 감추려고 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지죠.”
그러고는 가방에서 노트와 펜을 꺼내 ‘%’와 ‘#(숫자)’을 썼다.
그는 “숫자와 %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면서 “아프리카의 빈곤 수치는 총인구가 늘어나면서 %는 떨어졌지만 절대적 숫자는 늘었다”고 강조했다.
“통계학자와 정부는 올바른 통계를 위해 나눗셈의 결과를 제대로 해석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가령 출산율, 사망률 등 정확한 데이터를 무엇으로 나누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오죠. 각 정부는 매년 같은 방법과 단위, 정의로 데이터를 분석해야 합니다.”
이어 한국이 좀 더 긍정적인 발전을 하려면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로슬링 교수는 사람이 그려진 띠로 포장한 두루마리 화장지를 불안하게 쌓은 뒤 ‘지금의 한국’이라고 설명했다.
“쓰러질 듯 불안하죠. 출산율이 낮아 젊은 사람은 줄었고, 수명은 길어져 고령자는 많거든요. 한국의 여성은 사회에서 전문성을 갖고 일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전통적 가치관에 따라 시부모를 모시고 집안일을 해야 합니다. 아이를 낳지 않게 만들죠.”
출산율을 높이려면 모두가 노력해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2048년 100세가 되는 날 인도에서 강의하겠다는 로슬링 교수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그럼요. 그때는 지금과 다른 한국이었으면 좋겠어요. 통일된 한국, 일본·중국과 공존하는 한국, 남녀가 평등한 한국에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인터뷰] 통계 분야 세계적 석학 한스 로슬링 “한국, 뒤쫓는 고양이에서 쫓기는 쥐가 됐다”
입력 2015-10-05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