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구發… 여권 계파 충돌 초읽기

입력 2015-10-05 02:30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내부에서 내년 총선 공천 룰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다시 점화될 조짐이다. 당내 양대 계파는 공천 룰을 정할 특별기구 구성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비박(비박근혜)계 재선 의원과 쇄신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략공천 반대’를 위한 집단행동 분위기가 감지되는 등 ‘세 격돌’ 양상도 예고됐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표명 여부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 국무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정치권의 기득권 지키기를 우회 비판하는 방식으로 친박(친박근혜)에 대한 ‘지원사격’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별기구 출범부터 계파 간 샅바싸움=새누리당은 주말 내내 특별기구 구성 방식을 놓고 김무성 대표 측과 당내 친박계 간 물밑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말 내내 특별기구 구성을 놓고 양측 간 협의를 했는데 결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5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기구 명칭과 위원 명단 등을 놓고 격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천 룰 의제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기 싸움이 본격화됐다는 뜻이다.

김 대표 측은 기존의 ‘국민공천제추진 태스크포스(TF)’ 구성원을 중심으로 양 진영이 원하는 인물을 일부 교체·보강하자는 입장이다. 특별기구를 비박계가 중심이 된 국민공천제추진 TF의 연장선상에 놓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오후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김학용 김성태 의원 등 측근들과 대책을 논의한 뒤 기자들과 만나 “(특별기구를) 국민공천제추진 TF에서 하는 게 제일 좋다”며 “황진하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당연직과 중립적인 인물로 구성해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계는 “국민공천제 TF는 이미 물 건너갔으니 전혀 새로운 인물로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구성하는 기구에 양쪽 계파 인물을 최소 동수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친박계는 대통령 정무특보인 김재원 의원과 김태흠 의원 등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특별기구 성격에 대해서도 시각차가 존재한다. 친박계는 당헌에 따라 특별기구에서 논의될 공천 룰이 최고위 의결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친박계가 최고위 상당수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최종 결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복안이 숨어 있다. 그러나 비박계는 공천 룰에 법 개정 사안이 돼 있어 의원총회에서 최종 추인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명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어서 여론전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김 대표는 “제가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싸울 이유가 뭐가 있느냐”면서도 “만약 싸우게 된다면 명분 있는 걸 주장하는 사람이 이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대충돌 초읽기=특별기구 구성을 통한 공천 룰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여권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일단 정치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휴전’을 제의한 상태지만 박 대통령이 민생과 동떨어진 정치권 공천 갈등을 에둘러 비판하며 김 대표를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 여론이 극도로 나쁜 상황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현역에 절대적으로 유리해 공천의 공정성과 개혁성에 어긋난다는 인식이 확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청와대 핵심 참모는 “노동개혁 등 현안에 대해 언급하고 공천 문제에 대해선 말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계파 간 집단행동 움직임도 감지된다. 새누리당 비박 재선 의원들은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대 총선 공천 관련 논의를 위한 긴급 회동을 갖기로 했다가 김 대표의 만류로 취소했다. 비주류 쇄신파도 조만간 모임을 갖고 지원사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