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25주년] ‘리더’된 통일독일… 폭스바겐·난민 등 ‘도전’에 직면
입력 2015-10-05 02:04
독일이 3일(현지시간)로 통일 25주년을 맞았다. 구(舊)서독과 구동독의 경제적 격차가 여전히 남아 있는 등 통독 작업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지만 지난 25년간의 통합 작업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사회적 통합도 순조로워 ‘동·서독 갈등’은 이제 옛말이 됐다. 특히 독일을 이끄는 양대 축인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모두 동독 출신일 정도로 동독 출신들의 사회적 진출에 그 어떤 장애도 남아 있지 않다. 그렇게 내부적으로 합쳐진 힘은 독일을 국제 외교무대에서 무시하지 못할 강자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독일이 최근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유럽 난민 사태로 시련을 맞고 있지만 국제 외교무대에서 차지하는 균형추로서의 위상과 막강한 경제적 파워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유럽 대륙의 황제로 부상=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몇 년 전 ‘유럽 대륙에 뭘 얘기하려면 도대체 누구한테 연락해야 하느냐’라고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유럽연합(EU)과 EU 집행위는 ‘허수아비’처럼 보이고, 28개 회원국들의 행동은 다 제각각이어서 ‘대표선수’가 없다는 불만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질문의 답은 ‘독일의 메르켈 총리’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현재 독일은 유럽을 넘어 글로벌 슈퍼파워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1990년 막 통일이 됐을 때만 해도 잘나가던 서독 경제가 동독과 함께 몰락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또 통합에 실패해 사회적 혼란도 극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독일은 통일에 따른 인구 증가와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유례 드문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 방송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73%의 독일인이 “통일이 성공했다”고 평가했고, 82%는 “해외에 모범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답했다.
잡음 없는 내부 통합으로 독일은 경제뿐 아니라 국제 외교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파워를 갖게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자 사설에서 “그리스 사태와 난민 사태를 겪으며 슈퍼파워가 된 독일의 위상을 확인시켰다. 독일이 리더가 되는 법을 터득했다”고 평가했다.
◇동독 발전했지만 격차는 상존=AP통신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서독에서 동독으로 흘러들어간 부흥자금은 1조5000억∼2조 유로(약 1981조∼2641조원)에 달한다. 덕분에 동독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독일 정부의 통일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동독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베를린을 포함하면 71%였고, 베를린을 제외하면 67%로 파악됐다. 실업률은 동독이 8.7%, 서독이 5.6%다.
AP통신은 “동·서독 간 격차는 여전하지만 통독 전과 비교하면 동독의 발전은 놀라울 정도이며 헬무트 콜 전 총리가 동독인들에게 한 ‘눈부신 미래가 올 것’이라는 약속도 지켜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베를린을 제외한 동독의 많은 지역이 낙후된 것은 사실이다. 독일의 20개 ‘부자도시’ 중 동독은 예나 1곳만 포함됐다. 또 동독인들이 살기 좋은 서독 지역으로 떠나면서 공동화 현상도 나타났다. 때문에 동·서독 간 GDP와 연금, 인프라 시설 격차 등을 메우고 동독의 산업 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다.
◇난민 위기 통독 경험으로 극복할까=프랑크푸르트에서 3일 열린 통독 25주년 기념식은 난민 문제를 통독의 경험으로 극복하자는 목소리가 많았다. 가우크 대통령은 “1990년 통독 때처럼 우리에게 속하지 않던 이들(난민)과도 함께 성장하는 법을 찾아내자”고 호소했다. 메르켈 총리도 “통독의 경험을 가진 우리는 난민 문제 등 그 어떤 힘겨운 것도 성공적으로 극복해낼 것이란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손병호 조효석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