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 종료되는 19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빈손·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막바지 국감에서 ‘노동개혁 대 재벌개혁’ 이슈나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 문제 등을 놓고 여야가 전열을 가다듬고 있지만 벌써 김이 다 빠진 모양새다. 정부 예산과 정책 등 국정 전반을 점검·감시하는 국감 본연의 의미는 퇴색됐고, 당리당략에 몰두한 여야 의원들의 정쟁성 질의나 막말 등 구태만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실 국감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마음은 이미 지역구 민심 다지기에만 쏠렸다. 처음부터 수준 높은 정책 질의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더욱이 의원들 이해관계가 얽힌 선거구 획정 문제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의원들 입장에선 “죽느냐 사느냐가 걸린 선거가 코앞”이라 하지만, 국회의 의무를 방기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4일 “내년 총선을 앞둔 특별한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여야가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른 국감에만 집중하느라 정부 정책을 제대로 감독해야 할 책무를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당 내부 권력투쟁 문제도 주목도를 떨어뜨린 요인이다. 특히 추석 연휴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잠정합의 이후 가열된 여권의 공천 주도권 싸움으로 국감에 대한 관심은 더 떨어졌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와대와 여당 대표 간 싸움이 부각되면서 국감은 전체적으로 별 이슈 없이 지나간 것 같다”고 했다.
남은 기간 국감 이슈도 여야의 정치적 대립 구도에 집중돼 있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에서 이번 회기 중 밀어붙이려는 노동개혁 입법 과제를 놓고 야당과의 혈전을 벼르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재벌개혁 이슈에 다시 불을 지피고, 기획재정위에서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나설 태세다. 보건복지위에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관련, 청와대 전·현 참모들의 국감 출석을 거듭 요구키로 했다.
또 여권이 시도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 문제를 놓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여야의 거센 공방이 예상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국감의 ‘스타’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송곳질의 의원들’이 주목받아야 할 자리를 경영권 분쟁으로 국감장에 나온 신 회장이 대신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과거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향해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했던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야당 인사에 대한 막말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던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도 후반기 국감을 장식한 뜻밖의 주인공이었다. 새정치연합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단적 편향을 보여주는 이들”이라며 두 사람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로 끝나는 ‘맨손·맹탕 국감’… 여야, 당리당략에만 몰두 ‘구태’ 반복
입력 2015-10-05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