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보다 배려… 힘 뺀 爲民행정 확산

입력 2015-10-05 02:41
틀에 박힌 단속과 규제 대신에 법규를 어기는 원인을 해소시켜 민원을 해결하고 행정력 낭비를 막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어차피 원천봉쇄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멍석을 깔아주고 양성화시켜 지자체와 주민이 서로 윈-윈하는 길을 찾자는 것이다.

부산시는 “화물차 밤샘주차를 특정지역에 한해 한시적으로 허용하기 위한 ‘화물자동차 밤샘주차에 관한 조례’를 오는 24일부터 시행한다”고 4일 밝혔다. 시는 노포동과 회동동에 조성 중인 공영차고지 공사가 끝나는 오는 2020년까지 5년간 대형 화물트럭 등의 주차공간 확보 차원에서 이 같은 이색 조례를 공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주택가 이면도로에 불법주차를 해온 화물차주들은 월 5만원, 하루 3000원(자정∼새벽 4시)에 밤샘주차를 할 수 있게 됐다. 밤샘주차 허용구역은 통행량이 적은 도심외곽 왕복 4차선 도로 중 노상주차장으로 지정·고시된 곳이나 공터, 시·도 경계 7개 지역 등이다.

지난해 기준 부산지역에 등록된 화물차는 18만9000여대에 달한다. 이 중 상당수가 주택가 이면도로에 무분별한 밤샘주차를 하는 바람에 교통사고와 소음피해 등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는 올 들어 부산경찰청, 부산화물협회, 도로교통공단, 교통안전공단 등과 밤샘주차 양성화 방안을 논의해왔다.

광주시는 은행나무 열매를 시민들이 자유롭게 따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시는 전체 가로수 중 30%를 차지하는 4만3000여 그루의 은행나무에서 열매를 따가는 사례가 급증하자 지난해 “시 재산인 가로수에서 함부로 열매를 따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은행을 따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자 아예 특정기간을 정해 원하는 시민들로부터 채취 신청을 받기로 한 것이다.

은행나무 열매는 노화방지와 혈관계 질환, 야뇨증 등에 효능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해마다 무단 채취 사례가 늘고 있다.

시는 은행나무 훼손을 막기 위해 막대기만 도구로 사용해 열매를 딸 수 있도록 제한했다. 나무를 발로 차고 흔들거나 나무 가지를 부러뜨리는 것은 여전히 단속 대상이다.

대구 율하체육공원에서 지난달 영업을 시작한 ‘푸드트럭’도 같은 맥락이다. 대구시는 생계형 일자리 창출을 위해 푸드트럭 영업허가 지역을 도시공원, 체육시설, 유원지, 관광지 등으로 대폭 확대했다. 시는 이를 토대로 공개입찰을 실시해 2년간 330만원의 사용료를 낸 서민 창업자가 율하체육공원에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처음 허용했다.

정부가 올 들어 전통시장과 서민들이 애용하는 먹자골목 인근의 주차단속을 완화하는 것도 규제가 능사는 아니라는 행정의 변화로 해석된다.

광주=장선욱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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