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살인사건’의 범인들은 대부분 범죄전력이나 정신병력이 있는 데도 총기 구입 과정에서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대량 인명피해를 낳은 묻지마 살인 14건 중 최소 8건 이상은 적격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총기 매매가 이뤄졌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NYT에 따르면 지난 7월 23일 루이지애나 라파예트극장에서 두 명을 죽이고 9명을 다치게 한 존 하우저는 가정폭력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어서 총기소지가 금지됐었다. 그러나 총기상에서 40구경 반자동소총을 구입할 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같은 달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의 유서 깊은 흑인교회에서 9명의 목숨을 앗아간 딜런 로프는 마약소지 혐의로 기소됐지만 역시 총기 구입 적격심사를 버젓이 통과하고 45구경 권총을 손에 넣었다.
제임스 홈즈는 2012년 5월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나 같은 달 총기상에서 소총과 반자동권총 등 총기 4정을 구입할 수 있었다. 홈즈는 두 달 전 인터넷을 통해 총알을 무려 6350발 구입했으나 당국은 홈즈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해 7월 홈즈는 극장에서 무고한 시민 12명에게 총알을 뿜었다.
수사 당국이 범죄정보 입력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총기 구입 적격심사에서 허투루 통과되거나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어머니가 총을 쥐어주고 사격 연습을 시킨 경우도 있었다.
오리건주 엄프콰 커뮤니티칼리지의 학살범 크리스 하퍼 머서(26)도 총기를 소지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는 부모가 이혼한 뒤 육군에 입대했으나 기본훈련을 통과하지 못하고 한 달여 만에 군에서 쫓겨났다. 이웃들은 그가 반사회적 성향을 지닌 외톨이였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그 역시 총기 14정을 ‘합법적으로’ 구입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는 지난 1일 자동소총 등 6정의 무기를 몸에 지니고 한때 자신이 다닌 대학에 난입해 9명을 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편 AP통신은 머서가 총기난사를 벌이기 전 학생 1명을 골라 경찰에 전하라며 봉투를 줬다고 보도했다. 또 총기난사 현장에서 총알 7발을 맞으며 머서를 육탄 저지해 추가 피해를 막은 크리스 민츠(30)에게는 하루 만에 68만 달러(약 8억원)의 성금이 모였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민주당의 대선 주자들은 선거유세에서 총기규제를 지지하면서 선거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공화당의 대선 주자들은 ‘정신질환자들이 일으킨 사고일 뿐’이라며 총기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정신병력 있는데도 총알 6350발 합법구매… 총기구입 적격검사 부실해
입력 2015-10-05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