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월 들어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일 정상회의 등 올해 하반기 정상외교의 하이라이트를 맞는다.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 당사국과의 정상외교가 한꺼번에 몰린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에 박 대통령은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둔 채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 움직임을 보이는 북한도 막아야 한다. 10월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확고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그동안 냉랭했던 한·중·일 동북아 3국 협력도 복원해야 하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박 대통령이 가장 우선적으로 직면하게 될 당면과제는 북한의 추가도발 억지 문제다. 북한 도발은 우리는 물론 국제사회의 강력한 추가 대북 제재를 불러오고, 다시 북한이 반발하며 한반도 정세를 한층 격랑 속으로 빠뜨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북한은 지난달 ‘인공위성 발사’를 강조하는 등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는 물론 최근 각종 공식행사에서 북한에 경고 시그널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청와대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대비하면서도 남북 8·25합의에 따라 오는 20∼26일 추진될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 도발에 나설 경우 오랜만에 대화국면으로 전환된 남북관계 역시 대결구도로 다시 바뀔 개연성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 등의 도발을 해서는 안 된다”며 “남북 간 합의 이행으로 양측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역시 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포함한 여러 기회에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 변수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두 정상은 강력한 대북억지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고 포괄적 전략동맹인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북한 도발에 대해선 단호히 대응하되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하는 여러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지난달 초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제기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는 것은 박 대통령의 과제다. 한·미 양국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최상의 한·미 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 수년 새 한층 밀착된 한·중 관계에 대한 우려 역시 워싱턴 조야에서 제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10월 말 또는 11월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동북아 3국 협력관계 복원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3국 정상회의는 과거사 인식 문제로 2012년 5월 이후 열리지 못하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연말 이를 처음 공식 제안하면서 3국 간 관련 논의의 물꼬를 텄다. 특히 취임 전부터 ‘동북아 패러독스’ 해소를 공식 천명해 왔던 박 대통령으로선 이번 회의를 통해 3국 간 협력의 틀을 주도적으로 복원한다는 의미도 있다.
박 대통령이 이번 3국 정상회의를 통해 첫 방한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어떤 형식으로 만날지도 관심사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선 한·일 양자 정상회담도 통상적으로 열려왔지만, 이번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이는 공식 회담 개최를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3국 정상회의 의장국 정상인 박 대통령이 ‘손님’인 아베 총리와의 양자회담을 일부러 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의 한·일 정상회담 개최 요구에 ‘실무자 간 후속 협의 후 검토’ 입장을 내놓은 우리 정부의 입장도 이런 차원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시점까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 진전방안 등을 놓고 ‘묘수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朴 대통령, 북핵 위협 속 가을 정상외교 ‘고차 방정식’
입력 2015-10-05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