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북부도시 쿤두즈에서 탈레반과 교전하던 중 ‘국경없는 의사회(MSF)’ 소속 병원을 폭격해 환자와 의료진 19명이 숨졌다. 존 F 캠벨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진상을 밝히기 위해) 전면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그러나 유엔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성명을 발표하는 등 미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눈초리가 따갑다.
MSF는 이날 쿤두즈의 MSF 트라우마센터가 미군의 폭격을 받아 최소 19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가운데 환자가 7명(어린이 3명, 어른 4명), 의료진이 12명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MSF 트라우마센터는 이날 새벽 2시10분부터 30분 동안 공습을 받아 건물이 크게 파괴되고 불길에 휩싸였다. 당시 MSF 트라우마센터 안에는 환자 105명과 보호자, 의사와 간호사 등 MSF 직원 80명 이상이 머물고 있었다.
쿤두즈는 지난달 28일 탈레반에 점령당했다가 사흘 만에 미군의 지원으로 아프간 정부군 수중에 넘어가는 등 최근 양측의 교전이 치열했다. MSF 트라우마센터는 쿤두즈 지역에서 심한 부상자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병원이다.
MSF는 몇 달 전부터 최근까지 아프간 정부와 미 정부 등에 수차례 MSF 시설의 정확한 위치를 알렸다고 주장했다.
당시 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한 간호사는 워싱턴포스트(WP)에 “집중치료실에 있던 6명의 환자가 침대에 누운 채로 불에 타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미군의 이번 공격이 오폭이었는지, 아니면 계획된 공습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일부 외신들은 당시 병원 건물에 탈레반 반군이 은신해 있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현지 경찰의 말을 인용해 병원에 은신해 있던 반군 15명이 폭격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카터 미 국방장관은 “미군은 (병원) 인근에서 탈레반 반군을 대상으로 작전을 벌이고 있었다”며 “병원에 공습이 이뤄진 경위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작전 중 아프간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는 미군 특수부대가 탈레반의 공격을 받아 반격했다”며 “(이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미국인을 대신해 희생된 의료진과 시민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캠벨 미군 사령관은 가니 아프간 대통령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끔찍한 비극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만약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알 후세인 최고대표는 미군의 MSF 병원 공습에 대해 완전하고 투명한 조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병원과 의료진은 국제 인권법에 따라 명백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며 이번 공습을 비난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미군의 계산된 오폭?… 민간인 희생에 비난 고조
입력 2015-10-05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