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시장에 ‘영역 파괴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거 이동통신시장은 휴대전화 제조업체, 이동통신사 등으로 역할이 명확하게 나눠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경계를 허물면서 자신의 영토를 확장 중이다.
구글은 최근 넥서스5X·6P를 출시하면서 ‘프로젝트 파이’를 확대하고 나섰다. 프로젝트 파이는 구글의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브랜드다.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망을 임대한다. 구글은 올해 4월 프로젝트 파이를 발표하고 넥서스6를 통해 가입을 받았다. 이번에 두 제품이 추가되면서 넥서스5X와 넥서스6·6P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프로젝트 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프로젝트 파이는 월 기본료 20달러(통화·메시지 무제한)며 데이터는 GB당 10달러로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다. 사용하고 남은 데이터는 MB당 1센트의 요율로 환급해주기 때문에 경제적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은 이로써 스마트폰-이동통신망 사업까지 거느리면서 자신의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세계 스마트폰 3위까지 올라온 중국 샤오미도 지난달 ‘미 모바일’ 브랜드로 MVNO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미 모바일은 통화, 문자메시지, 1MB 데이터 통신에 각각 0.1위안(약 18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월 59위안에 3GB의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정액제 상품도 있다.
프로젝트 파이와 미 모바일은 기존 이통사 요금제보다 저렴한 게 특징이다. 하지만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본격적인 통신사업을 확대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구글과 샤오미 모두 사물인터넷(IoT)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보고 준비 중이다. IoT에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못지않게 기기를 연결하는 통신망이 중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스마트폰 관련 사업을 확대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장기적으론 MVNO 사업을 통해 통신망을 운영·관리하는 노하우를 쌓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휴대전화 유통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매달 32달러(아이폰6s 16GB 기준)를 내면 1년마다 새 아이폰으로 교체해준다. 새 아이폰을 받을 때마다 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다. 기존 휴대전화 유통은 이통사의 몫이었는데, 애플이 아이폰의 인기를 업고 유통 주도권까지 거머쥐려는 것이다. 특히 이 제도가 정착되면 스마트폰 구매 패턴이 소유가 아닌 임대(리스) 형태로 변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도 미국에서 애플과 비슷한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중저가 스마트폰 ‘루나’를 출시하며 제조사를 긴장시키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중저가 스마트폰 인기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루나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알뜰폰 서비스·유통까지… 제조사들 영토 확장 가속
입력 2015-10-05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