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범죄조직 뺨치는 충암중·고 급식 비리

입력 2015-10-05 00:28
서울시교육청이 4일 발표한 충암중·고 급식운영에 관한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학교라기보다는 범죄집단에 가깝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급식비를 내지 않으면 먹지 말라”고 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이 학교는 식용유 열 통 가운데 네 통은 빼돌리고 여섯 통의 식용유를 새카매질 때까지 재사용하는 등 온갖 비열한 수단을 동원해 급식비를 빼돌리다 교육청에 적발됐다. 자신들 잇속 챙기는 게 최우선이고, 학생들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 학교 횡령 수법은 범죄조직 뺨친다. 실제로는 학교가 채용한 조리원에게 급식 배송 업무를 맡기고선 마치 용역업체에 위탁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는가 하면 납품받은 식재료를 빼돌리거나 재사용하고, 종이컵과 수세미 등 소모품을 과다청구하기도 했다. 이런 수법으로 이 학교 교장과 행정실장, 용역업체 직원 등이 빼돌린 액수가 4억1000여만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이 학교 전 교장과 행정실장을 비롯해 충암학원 전 이사장, 용역업체 직원 등 18명이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복마전이 따로 없다.

급식 비리로 인한 물질적 피해는 차치하고라도 학생과 학부모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는 치유되기 어렵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실망감은 학교 교육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최대 피해자는 아무 잘못도 없는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교육·사정 당국은 교육자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이들을 철저히 조사해 경중에 따른 책임을 꼭 물어야 한다.

급식 비리는 비단 충암중·고에 국한된 문제도, 어제오늘의 얘기도 아니다. 지난달에는 급식비 집행 계획 없이 식재료 등을 구입해 손실을 끼친 서울 숭실고가 서울시교육청에 적발됐었다. 경남도의회 ‘학교급식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조사 결과 도내 961개 중 103개교에서 급식 비리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다른 지역도 대동소이할 것이다.

급식 비리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급식업체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아울러 학생들의 건강을 담보로 비교육적이고 부정한 방법으로 잇속을 챙기려는 사이비 교육자와 급식업체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 다시는 교정 안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