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금융빅뱅] 핀테크 걸음마 단계… 적극적 영역 확장 필요

입력 2015-10-05 02:19
핀테크 시대에는 모든 것이 금융정보다. 금융거래 정보뿐 아니라 인터넷에 무심코 남긴 글, 맞춤법, 인성 등이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거래가 편리해지는 것은 기본이고 마주하는 모든 접점이 금융기관이 된다. 은행, 카드 등을 통하지 않고도 개인 간 대출이 이뤄지고, 할부거래도 할 수 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들은 맞춤법을 틀리지 않는 사람일수록 원금 상환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특성을 이용해 이를 신용평가 변수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아심 크와자 교수가 개발한 신용평가 모델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연구 결과 맞춤법을 틀리지 않는 대출자는 틀리는 대출자에 비해 평균 15% 정도 덜 연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2P(Peer to peer)대출 플랫폼 ‘온덱’은 금융거래 내용과 함께 소셜네트워크(SNS)상 평판 등을 고려해 몇 분 만에 신용평가를 끝내고 대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승인이 되면 신청 다음 날 지정 계좌에 대출금이 입금된다. ‘페이오프’는 설문형식의 문제들을 통해 평가자의 성격, 취향, 습관, 기호 등 인상 특징을 측정해 대출심사에 반영한다. 더불어 개인의 금융거래를 추적해 개인별로 자산·부채·지출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분야가 핀테크지만,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들어서야 공인인증서를 없애 송금과 결제 과정이 편리해지도록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뱅크월렛카카오, 토스, 옐로페이 등 간편 송금 서비스가 등장하고, 간편 결제 서비스인 ‘○○페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핀테크 전략이 지급결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이 핀테크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급결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서비스를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현재 핀테크가 지급결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신용평가, 리스크 관리, 빅데이터를 통한 마케팅 활용 등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핀테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카드의 경우 실리콘밸리에 직원 2명을 보내 핀테크 업체들을 탐방하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 기회를 찾고 있다.

규제 완화와 함께 관련 규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빅데이터 활용에 걸림돌이 되는 개인정보보호 규제는 완화하고, P2P대출에 대해선 적절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김종현 선임연구위원은 “현행법상 P2P대출 중개업을 하려면 업체가 대부중개업에 등록해야 한다”며 “핀테크 기업이 대부업으로 등록하면 IT사업을 할 수 없고, (세간의) 인식 역시 대부업과 같아지기 때문에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핀테크 업체 지원을 위해 지난 3월 핀테크지원센터의 문을 열었다. 핀테크 업체를 위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핀테크 업체가 신기술을 시연하고 기술이 필요한 금융회사와 연결해주는 데모데이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경쟁 심화 속에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3단계에 걸쳐 핀테크 기업의 해외진출을 도울 방침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열린 데모데이에서 “선도자의 이득이 큰 핀테크 속성과 글로벌 핀테크 경쟁심화를 고려할 때 해외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