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전후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기념일 열병식이 관심의 초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북한이 ‘깜짝’ 신무기를 공개하면서 일종의 ‘우회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진무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은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핵·미사일 실험이 대외적 목적이라면 열병식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권위를 과시하는 대내적 목적이 크다”면서도 “대내적인 행사로 그칠지, ‘세계를 놀라게 할’ 무기를 공개할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2년과 2013년 열병식에서 사거리가 최대 1만2000㎞로 추정돼 미국 본토를 타격 범위에 넣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을 공개한 바 있다. 또 2012년에는 무인기를, 2013년에는 핵탄두 소형화를 암시하는 ‘핵 배낭’ 부대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행사 특성상 각 무기의 실제 성능을 확인해볼 수 없어 실상은 모형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었다.
김 연구위원은 “조형물 수준이더라도 ‘은하 3호’ 미사일에 인공위성 대신 탄두를 달아 내보낸다면 이만큼 확실한 무력시위가 없을 것”이라며 “2012년에 공개했던 무인기를 정교화하거나 상상을 뛰어넘는 다른 무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미사일과 장사정포 등 육·해·공 비대칭 전력과 핵 전력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열병식 이후에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진무 연구위원은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교시에 따라 대체로 3년 주기로 미사일과 핵실험을 해 왔다”면서 “이로 미뤄볼 때 올 12월 안에 핵·미사일 시험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세 차례 핵실험에 사용한 플루토늄 핵폭탄 외에 최근에는 고농축우라늄(HEU)을 이용한 핵폭탄도 개발 중이어서 이를 반드시 시험해볼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현재까지는 한·미·중·러·일 모두 ‘북핵 불용’에 공감하고 있지만 실제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감행한다면 대응 수위를 놓고 5자 간 분열이 일어날 소지가 없지 않다. 이렇게 ‘이간책’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도발 카드를 북한이 쉽게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는 별도로 남북 간 민간 교류는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8·25합의’에 나타난 ‘다양한 분야의 민간 교류 활성화’에 따른 것으로, 올해 말 초긴장 상태의 고비만 잘 넘기면 남북관계가 반전되리라는 기대가 나온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난달 30일 개성에서 북측 조선직업총동맹과 실무접촉을 갖고 이달 말 평양에서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남북강원도협력협회 관계자와 병해충 방제 전문가 등 10여명은 금강산 소나무 산림 병해충 방제를 위해 5∼7일 금강산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행사를 주관하는 대한적십자사(한적)는 8일 판문점에서 상봉 대상자 100명의 명단을 북측과 교환하기로 했다. 한적은 5일 북측으로부터 남측 이산가족 250명의 북측 가족 생사확인 결과를 받을 예정이며, 이 결과를 토대로 7일까지 최종 상봉 대상자 100명을 확정할 방침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직접 도발’ 부담 큰 北, 우회 도발?
입력 2015-10-05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