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롯데홈쇼핑 강철규 위원장 “협력사에 甲질 여지 있는 관행 제동 사내 투명성 높이는데 도움”

입력 2015-10-05 02:50
강철규 롯데홈쇼핑 경영투명성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본관에 위치한 위원회 사무국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지난 1년간 위원회 활동 및 성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종학 기자

“일부에서라도 경영투명성위원회를 두고 ‘쇼 한다’고 생각한다면 탈퇴하겠다는 위원이 많을 거다.”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10월 2일 출범한 롯데홈쇼핑 경영투명성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1년째 활동 중이다. 납품 비리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롯데홈쇼핑은 불공정 거래 행위 개선을 위해 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강 위원장을 포함해 10명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위원회 출범 1주년을 맞은 지난 2일 강 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돌아보니 큰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내 투명성을 높이는 데는 분명히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재벌 개혁 전도사’로 알려진 강 위원장은 당초 롯데홈쇼핑의 제안을 수락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생색내기용 거수기 역할을 요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경영에 관여하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기업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을 듣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사내 경영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 구성도 회사 내 사람을 배제하고 전원 외부 인사로 구성됐다. 그렇다면 회사가 잘되자고 하는 것이니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매월 회의를 열어 이전 관행들에 제동을 걸고 있다. 위원들이 방송시간 편성회의, 신상품 선정회의를 직접 참관하며 문제가 될 만한 요소들을 짚어내기도 했다. 그 결과 방송 편성 과정에서 상품기획자(MD)의 권한을 분산시켜 ‘갑질’ 가능성을 줄이도록 했다. 상품 선정 과정에서는 신상품 평가 및 결과 점검 강화로 MD의 권한을 축소했다. 임직원 청렴성 강화를 위해 파트너사와의 협업 시 식비 등 모든 경비는 롯데홈쇼핑 측이 부담토록 한 것도 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협력사나 소비자와의 분쟁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성과로 꼽힌다. 강 위원장은 “위원회 출범 전까지 분쟁 미해결로 연간 8억원 정도 소송비용이 지출됐다고 하는데, 위원회 출범 이후에는 단 한 건의 소송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나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여전히 회사와의 ‘긴장 관계’는 유지돼야 한다는 게 강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매월 열리는 위원회 분위기가 처음이나 지금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회사에 동화된다면 위원회 활동이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를 바라보는 회사 측 태도 역시 긍정적이라고 한다. 그는 “위원회 출범 당시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가 어떠한 질책이나 지적이라도 달게 받겠다고 했는데 지금 봐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강 위원장은 경영투명성위원회가 기업문화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기업에 처음 관여하면서 기업의 장점이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갑의 입장에서 을에게 전횡을 휘두르기 쉬운 구조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며 “위원회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이어진다면 ‘나비효과’처럼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