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위 합의 실패… 농어촌 지역 축소 따른 여야 눈치보기

입력 2015-10-03 03:05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2일 국회의원 지역구 숫자를 결정하지 못한 데는 농어촌 지역 및 비례대표 정수 조정 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첨예한 입장차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획정위는 법정제출 시한인 13일까지 획정안을 국회에 넘기기 위해 선거구 숫자를 결정할 방침이었지만 7시간 넘게 갑론을박만 거듭했다. 일각에선 독립기구인 획정위가 지나치게 정치권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획정위 관계자는 “쟁점 부분에 대해 선관위원들이 합의를 못해서 이 상태로 산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쟁점 사안이 뭔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논의 과정에서 농어촌 지역구 감소 문제와 비례대표 의원 수 조정 문제와 관련한 정치권의 요구를 동시에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획정위는 앞서 정한 국회의원 지역구 숫자 범위(244∼249개)를 변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획정위의 최대 고민은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역구 숫자를 정했을 경우 결과적으로 여야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수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지역구 감소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 의원 수를 현재보다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역구 숫자가 결정되면 비례대표 의원 숫자도 자동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획정위는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여야는 이날도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새정치연합은 농어촌과 지방을 죽이는 방안을 고집하지 말고 대화와 소통으로 농어촌 선거구를 살리는 방안을 함께 마련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획정위의 선거구 숫자 결정을 오는 8일로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에서 만나 논의했지만 새누리당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당의 입장을 못 정했다”면서 “8일까지로 미룬다고 해서 합리적 방안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 우리 당에서 이견이 있다”고 했다. 당 내부에서 획정위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시키고 획정안이 넘어오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자는 의견이 나왔다는 것이다.

농어촌 지역 의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농어촌 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모임’ 소속 여야 의원들은 획정위의 지역구 숫자 발표를 연기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 모임의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여야 지도부가 조속히 협상하고 협상 결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획정위의) 단일안 발표를 잠정 연기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새정치연합 전남·북 지역 의원들은 문재인 대표와 국회에서 면담을 갖고 “농어촌 특별구를 만들어서라도 농어촌 지역구 축소를 최소화시켜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어떤 해법이 있을지 두루 검토했다”며 “(헌재가 결정한) 인구편차 2대 1을 지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지만 농어촌 대표성을 살려나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어떻게 잘 조화할지 강구하겠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