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확전 자제에 공감하면서 공천제도를 둘러싼 당청 갈등이 휴전 국면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한부 휴전’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김 대표 측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친박계가 ‘전략공천’을 밀어붙이려 할 경우 사태는 다시 전면전 양상으로 바뀔 수 있다.
◇김 “전략공천은 옳지 못한 제도, 국민공천제는 끝까지 간다”=김 대표는 2일 평상시와 다름없이 일정을 소화했다. 전날의 ‘반짝’ 당무 거부를 접고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당청 갈등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만큼 당분간 노동개혁 등 4대 개혁과 정기국회 현안에 전념한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노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만났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추진에 잠정 합의했던 지난달 28일 한가위 회동 이후 처음이다. 김 대표는 기념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대표 발표문에) ‘안심번호를 활용한 전화 국민공천제는 국회 정개특위에서 추진하도록 강구한다고 분명히 돼 있다’는 점을 문 대표에게 말했다”고 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파기된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서다. 그러면서 “전략공천은 옳지 못한 제도다. 더 이상 이에 대해 논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국민 앞에서 저질 공방을 해서야 되겠느냐. 더 이상 하지 말자는 얘기를 제가 먼저 했다”며 청와대에 휴전을 제안한 배경도 설명했다. 김 대표는 휴전 제의 뒤 공천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그렇다고 의지가 꺾인 건 아니다. 김 대표는 현 수석과 통화 후 가까운 의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국민공천제는 끝까지 간다” “전략공천은 절대 안 된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간 서청원 최고위원을 위시한 친박계 의원 7∼8명도 만찬을 하면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했던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서 최고위원이 안심번호 제도를 세게 비판하고, 청와대도 김 대표와의 사전 조율 내막을 공개하자 김 대표가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냐”면서 “특별기구가 출범하는 만큼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김 대표 측 인사들은 “국민공천에 김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걸려 있는 만큼 후퇴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김 대표의 전투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與 특별기구 곧 출범, 시각차 뚜렷=내년 총선 공천 룰을 논의할 당내 특별기구 인선안은 5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될 예정이다. 최고위 의결을 거쳐 공식 출범하면 공천 문제는 특별기구로 넘어가게 된다. 양측의 시각차는 뚜렷하다. 김 대표 측은 전략공천을 배제한 상향식 공천 방식을 제도화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반면 친박은 전략공천의 길을 열어두는 데 사활을 걸 태세다. 한 의원은 “안심번호 제도가 문제가 많은 ‘의심번호’ 제도라는 게 점점 드러나고 있는데 왜 이 방식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날을 세웠다.
한장희 권지혜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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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03 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