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닭 가격이 1000원 안팎으로 떨어졌지만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2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닭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을 고스란히 가져가는 바람에 치킨 가격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산지 닭(1.6㎏) 가격은 5년 전 평균 1899원에서 1627원으로 14.3% 낮아졌다. 프랜차이즈 치킨에서 사용하는 닭 평균 중량이 724g인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실제 사먹는 치킨의 산지 가격은 1000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치킨 가격은 산지 가격 하락에 관계없이 신제품 출시 때마다 오르고 있다. BBQ ‘레드핫갈릭스’와 BHC ‘순살뿌링클핫’이 1만9900원인 것을 비롯해 다른 브랜드도 1만8000원 이상의 ‘고가 치킨’을 판매 중이다. 각 브랜드에서 가장 싼 프라이드치킨 가격도 1만6000원 안팎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치킨 한 마리에 콜라 등을 추가할 경우 2만원을 넘기기 십상이다.
산지 가격 하락과 치킨 가격 상승의 상반된 흐름 뒤에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높은 마진이 숨어 있다는 게 물가감시센터의 분석이다. 산지 닭의 경우 하림, 마니커와 같은 패커(가공·유통 전문업체)의 유통을 거쳐 프랜차이즈 본사에 공급되고, 본사는 이를 가공한 후 다시 가맹점에 제공한다. 물가감시센터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산지 닭 가격이 떨어져 이전보다 싼 가격에 닭을 납품 받고도 가맹점에 공급하는 닭 가격은 낮추지 않아 가격 하락 분을 그대로 흡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물가감시센터가 지난해 프랜차이즈 업체의 수익성을 분석한 결과 네네치킨의 영업이익률이 32.2%를 기록하는 등 조사 대상 8곳 중 6곳의 영업이익률이 5%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네네치킨, BHC(16.9%)처럼 다른 외식 브랜드 없이 치킨 브랜드만 운영하는 사업자일수록 영업이익률이 높았다.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4.5%)은 물론이고 같은 배달 음식인 피자 프랜차이즈의 영업이익률(도미노 7%, 미스터 1%)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물가감시센터는 “두 업체는 닭, 기름, 무 등 원재료에 50% 안팎의 이윤을 붙여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닭고기 소비가 갈수록 늘고 있어 이러한 구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프랜차이즈 본사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 1∼7월 기준 닭고기 누적 도축수는 5억6615만6000마리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지난해 도축수도 2011년 대비 16.5% 증가하는 등 닭고기 소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본사의 높은 마진율은 소비자뿐 아니라 인건비, 임대료 등의 지출이 많은 가맹점에도 큰 부담”이라며 “본사는 적절한 가격 정책을 통해 양계농가, 가맹점, 소비자와 상생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1000원 생닭 → 2만원 치킨… 통닭값이 이상해
입력 2015-10-03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