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번호 사태’ 이후 “상황 주시”… 일단 누그러진 靑

입력 2015-10-03 02:48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갈등이 일단 진정국면으로 돌아서면서 청와대는 앞으로 관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스탠스다. 청와대는 특히 이번 일을 당청 갈등 또는 당청 권력투쟁의 시각으로 보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이 문제는 당내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첨예한 당청 갈등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대표가 전날 저녁 현기환 정무수석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안을 수습키로 하면서 더 이상 공개적인 입장 표명도 삼가는 분위기다.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의 강경한 반대 입장에 김 대표가 일단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한 탓이다. 새누리당 내 특별기구를 통한 공천 룰 논의가 이뤄질 예정인데, 더 나서서 논란을 확산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청와대로서는 올 하반기 박근혜정부의 최대 국정과제인 노동개혁 등 4대 개혁과제 이행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김 대표의 강력한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입장은 분명하게 밝힌 만큼 앞으로 당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역시 다음주 주재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갈등 소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내년 총선 공천 룰을 두고 양측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 문제를 당내 기구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친박계는 이 문제는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청와대 역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언제든 다시 공천 룰 문제를 놓고 당청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또 김 대표의 ‘전략공천 불가론’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친박계의 반대가 큰 만큼 앞으로 상황이 요동칠 수 있다.

청와대는 다만 이번 사태 갈등 원인으로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간 공천권 다툼으로 보는 것에 대해선 명확한 선을 그었다. 김 대표가 주장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한 제도여서 이를 통해 공천이 이뤄지면 현역의원이 80∼90% 다시 공천을 받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이지 공천권 다툼이 아니라는 논리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 2004년 총선 때 비례대표에 손을 하나도 안 댔고, 2006년 지방선거 때도 광역단체장만 중앙당에서 (공천)하고 나머지는 모두 시·도당에 위임했다”며 “이를 공천 개입이라고 얘기한다면 오히려 대통령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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