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늬만 블랙프라이데이, 자발성 강제 탓 크다

입력 2015-10-03 00:36
범정부 차원의 소비 진작 행사인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지난 1일부터 시작됐으나 반응이 시원찮다. 주요 유통업체들의 첫날 매출 실적은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소비자들의 ‘반짝’ 관심이 전반적인 소비심리 회복의 불씨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할인 품목이 생각만큼 많지 않고 할인율도 거창한 행사 규모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급 가전이나 명품, 화장품 등은 빠졌고 판매가격이 정기세일 때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평가다. 대규모 할인행사가 성공하려면 제조업체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데 유통업체 위주로만 치르다보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판촉전이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는 큰 이유는 정부가 주도해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8월 26일 경제장관회의, 9월 15일 국무회의에서 논의를 한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실행에 옮겼다. 업체 입장에서는 충분히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추진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졸속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게 됐다. 통상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세일을 하기 위해서는 2∼3개월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정부가 모델로 삼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영국의 박싱데이, 두바이 쇼핑페스티벌 등은 길게는 수십 년 이상 된 사례들이다. 이름만 차용한다고 같은 효과를 거둘 수는 없다. 정부는 시장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관치(官治)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이번 행사도 시행 시기를 좀 여유 있게 잡고 업계와 더 긴밀히 협의했더라면 당초 의도한 대로 내수 진작 및 소비 활성화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 10여일 이상 남은 기간이나마 더 많은 사람이 동참할 수 있도록 미비점을 보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