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20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 획정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획정 기준을 마련해 8월 13일까지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에 전달하고, 10월 13일까지 획정 결과를 제출받기로 돼 있다. 하지만 정개특위는 여야 간 입장 차이로 아직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기다리다 지친 획정위가 독자적인 기준을 마련 중이다. 정개특위가 직무를 유기하다보니 획정위가 권한을 남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한마디로 ‘거꾸로 가는 선거구 획정’이다. 획정위가 기준까지 마련하는 것은 주어진 직무가 아니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개특위가 거부할 경우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아무튼 지금 추세라면 공직선거법상 국회 확정 시한인 11월 13일은 물론 예비후보 등록 신청이 시작되는 12월 15일까지도 획정을 마무리하기 어렵다. 이렇게 될 경우 선거 현장의 혼선과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진다. 헌재 결정으로 선거구가 통폐합될 가능성이 있는 농어촌 의원들이 집단농성까지 하고 있어 정치권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선거구 획정 지연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구태지만 이번처럼 여야가 획정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함으로써 19대 국회의 무능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여야는 기준 마련을 정개특위에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지도부 회동을 통해 서둘러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달 28일 여야 대표의 부산회동이 절호의 기회였는데도 이에 대해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각 정당의 문제이자 선거구 획정 이후 과제인 공천 방식에 치중하느라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선거구 획정 기준 문제를 도외시해서다.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선거구 감축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새누리당과 ‘비례대표를 절대 줄일 수 없다’는 새정치연합의 주장은 총선에서 단 1석이라도 더 얻기 위한 당리당략일 뿐이다. 여야 지도부의 조속한 담판이 필요하다.
[사설] 여야 직무유기로 ‘거꾸로 가는’ 선거구 획정
입력 2015-10-03 0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