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복만] 올바른 역사교육은 국가책무

입력 2015-10-03 00:20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부를 놓고 온 나라가 들썩인다. ‘국정화’와 ‘검인정’으로 엇갈린 주장은 정치권의 국정감사뿐 아니라 학계 교육계 일반 시민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칫 국민 통합의 역사교육이 아닌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역사교육으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필자는 국가와 민족에 대한 정체성을 쌓아가는 학생들 입장에서 볼 때 역사교과서는 하나이어야 하고, 이러한 교과서를 만들어주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자 우리들의 소임이라고 생각해 왔다. 지난 몇 년간 역사교과서와 관련한 논쟁을 지켜보고, 교육 현장의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내린 결론이다.

검정교과서 체제에서 다양한 역사인식을 배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관점에서도 그러할까’.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가 선택한 한 가지 교과서만 갖고 배우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칫 편향된 시각이나 한 가지 서술만 습득할 수 있다. 이미 일부 역사교과서의 경우 부실한 내용과 오류, 이념적 편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또 다른 우려는 ‘집필진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쓴 역사교과서가 학생들에게 그대로 읽혀 그 자체가 역사적 사실로 인식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과서는 진리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교과서 집필진의 역사인식이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마다 다른 역사관을 갖게 된다면 나중에 우리의 미래세대는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도 든다.

‘현재의 역사교과서가 대한민국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균형 있게 서술하고 있는가’라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이라는 시련을 딛고, 광복 이후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등 눈부신 성장을 해 왔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역사교과서라면 우리 역사에서 비판해야 할 것은 비판하되 긍정적인 부분은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서술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쟁점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학계의 합의를 통해 서술하면 되고, 합의가 되지 않는 부분은 근거와 해석을 제공하여 학생 스스로 판단하게 하면 되지 않겠는가.

국정화를 하게 되면 친일 또는 독재 미화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계의 합의를 거쳐 역사교과서를 편찬하면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친일 미화 등의 시도가 있더라도 우리 국민의 수준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하면서 역사교과서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내용, 그리고 균형감 있게 기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처럼 서로 다른 관점의 교과서를 각각 출판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토론과 논의를 거쳐 합의된 학설을 가지고 역사적 사실과 그에 대한 각각의 해석을 종합적으로 배우고 구별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러면 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역사인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다양한 역사인식과 올바른 정체성을 가지려면 국정이냐, 검정이냐에 대한 논쟁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역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해 학생 눈높이에 맞춘 균형된 시각의 역사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역사교과서 논란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 아니겠는가.

김복만 울산광역시 교육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