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가뭄과 물그릇

입력 2015-10-03 00:10
바닥 드러낸 보령댐 상류. 국민일보DB

가뭄이 심각하다. 만수면적 10.88㎢, 유효저수용량 4600만㎥에 이르는 아시아의 대표적 농업용 저수지인 충남 예당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고, 계룡산 갑사 입구의 중장저수지도 64년 준공 이래 처음으로 하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강원도 저수지들도 평균 저수율보다 20%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고, 경북은 식수를 공급받는 마을이 늘고 있다.

저수지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댐도 ‘주의’ 이상의 단계로 비상이다. 9월 하순, 전국 다목적댐의 평균 저수율은 39.1%로 평균 저수율 61.8%의 3분의 2 수준을 밑돌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소양강댐 저수율은 약 45%로 역대 3위의 낮은 수위(170m)를 나타내고 있고, 역대 최저 수위를 보이고 있는 댐은 횡성댐(166m) 용담댐(243m) 주암댐(96m), 그리고 보령댐(59.56m)으로 20∼30%대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보령댐의 경우 저수율 24%로 96년 준공 이후 최저를 기록, ‘심각단계’로 해당 유역 내 일부는 내년 초까지 제한급수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평균 연 평균 강수량은 1245㎜로 세계 평균의 1.4배에 해당한다. 수치상으로 보면 강수량이 적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수자원 부존량은 세계 평균의 약 8분의 1(2591t) 정도로 가뭄에 취약하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9월 말까지의 누적 강수량은 716.9㎜(예년 대비 60%)에 불과, 앞으로 3개월간 내릴 비와 눈으로 평균 강수량을 채울 여력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제 곧 가뭄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의 성찬이 시작될 듯하다. 물이 부족하니 물그릇을 보다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재등장할 것이다. 허나 이는 밥이 부족하니 밥그릇을 만들어 해결하자는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이 부족하면 댐을 짓고 전기가 부족하면 원전을 만들자는 말은 ‘쓰고도 남을 만큼의 풍족함’을 위한 전제를 바탕에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가뭄 극복의 근본은 효과적 관리와 효율적 사용에 있다. 관로로 누수되는 물의 양을 줄이고 실생활에서 낭비하는 습관만 개선해도 여러 개 새로운 댐의 등장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한반도 젖줄인 4대강에 ‘보’라는 미명하에 너무나도 많은 댐을 짓지 않았는가.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